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7일 10개 시중은행장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진 원장은 구조조정 추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확한 옥석 가리기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함으로써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부실기업 정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당국이 은행장들에게 속도전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다. 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계기업을 솎아내야 한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어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빚이 있는 국내 기업 3곳 중 1곳(32.1%)이 수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했다. 문제는 이 비중이 2013년 31.3%에서 0.8% 포인트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기업 그룹들도 심각하다. 재벌닷컴 조사 결과,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5곳 중 1곳(22.5%)이 한계기업이다.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마당에 한계기업 정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과제다. 자칫 실기할 경우 대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한계기업들이 연쇄 도산해 금융권 부실로 전이되고 이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기업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연내에 구조조정 작업을 최대한 완료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질질 끌다가는 정치권 개입으로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금융사들이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는 이달까지,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는 11∼12월 진행한다고 한다. 채권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단기지표 악화를 염려해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으나 당국의 지침대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옥석을 가려낼 책임이 있다. 당국도 오락가락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비올 때 우산 뺏지 마라’며 금융권의 보신주의 영업을 질타하다 이젠 다른 잣대를 들이대니 금융권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감독 당국부터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사설] 한계기업 솎아내기는 엄격한 기준과 속도전이 관건
입력 2015-10-27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