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아직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차우찬과 두산 베어스의 테이블 세터 허경민이다.
삼성은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핵심 투수 세 명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들 대신 내세운 카드가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올 시즌 붙박이 선발로 13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차우찬은 선발과 중간, 마무리 어느 곳을 맡아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선발의 한 축인 윤성환과 필승 계투진인 안지만, 임창용이 빠졌다. 차우찬은 이들이 빠진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차우찬은 그 기대대로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마무리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1⅔이닝 무실점 4탈삼진으로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갔다. 특히 9-8로 역전한 8회초 1사 1, 3루의 위기에 등판해 김현수와 양의지를 각각 삼진과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내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류 감독은 “차우찬을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3차전까지 뒤지고 있다면 차우찬을 선발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허경민이 반갑다. 허경민은 숨겨진 ‘가을 사나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팀이 패해 빛이 바래긴 했지만 맹활약을 펼쳤다. 선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허경민은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외국인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의 시속 145㎞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또 2회초 1사 2, 3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2타점을 추가했다. 3회초에는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쳤고 6회초 무사 1, 2루에서는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중전안타를 치며 4안타 경기를 했다.
허경민은 주전을 넘어 두산 타선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분위기다. 2009년 2차 1라운드에서 두산에 지명된 허경민은 2012년과 2013년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그의 역할은 백업 내야수였다. 허경민은 2012년과 2013년 포스트시즌 14경기에 나섰지만, 타석에는 14번만 섰다. 하지만 올해 가을은 다르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선 타율 0.533(15타수 8안타) 3타점,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300(20타수 6안타 2타점) 2타점으로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허경민은 “나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며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조금이라도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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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7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