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서울역 노숙인에 무료 급식 기독 NGO 참좋은친구들 퇴거 위기

입력 2015-10-27 19:37
지난 1월 1일 ㈔참좋은친구들이 진행한 ‘서울역 노숙형제와 함께하는 신년예배’에 앞서 자원봉사자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26년간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며 자활을 돕던 선교단체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무료급식 봉사단체 ㈔참좋은친구들(구 예수사랑선교회)은 다음달 1일부터 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설립자인 김범곤 목사가 지난 2월 별세한 뒤 후원이 크게 줄어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임대보증금 4억원을 구하지 못하면 사역을 접어야만 한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참좋은친구들 전 사무국장 김환봉 전도사와 독지가 심동철 춘천옥할매김치 대표, 최상용 러시아 선교사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방문해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독지가를 찾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참좋은친구들은 김 목사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1989년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 김 목사는 서울역 지하도와 인근 공원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인과 쪽방주민, 독거노인을 상대로 주 10회, 회당 200∼300여명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했다. 그는 배식할 때마다 생명의 떡인 예수님을 전했다. 참좋은친구들은 “지금까지 약 700만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했다”면서 “무료 진료와 이발,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고 쉼터 역할도 해 왔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사역을 통해 거듭난 노숙인과 함께 기름이 유출된 충남 태안 같은 재난현장으로 달려가 도움을 줬다. 파키스탄 지진피해, 미얀마와 필리핀 태풍피해 현장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2008년 ‘길거리에서 사역하지 말고 건물을 구해서 하라’는 관청의 주문으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건축업을 하는 한 장로의 도움으로 현재 건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익명의 이 장로는 임대보증금 4억원을 이자 없이 빌려주고, 인테리어 비용 1억원도 지원했다. 그런데 최근 불황으로 경영압박을 받은 장로는 고민 끝에 임대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참좋은친구들은 각계각층의 후원금으로 500만원의 월세와 식비 등을 해결해 왔지만 수억원의 임대보증금을 짧은 기간에 마련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숱한 위기를 딛고 일어나 노숙인들에게 예수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던 역사 현장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