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섰다는 ‘증도가자(證道歌字)’로 추정돼온 청주 고인쇄박물관 보유 금속활자(사진) 7자가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 소유의 101자 등 그동안 ‘증도가자’로 추정돼온 다른 금속활자들도 위조품으로 확인될지 주목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갖고 있는 고활자 7개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고활자 1개를 조사한 결과, 고인쇄박물관의 고활자는 7자 모두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봤더니 고인쇄박물관 7개 활자에서 서로 다른 두 겹의 단면이 포착됐다”면서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주조하던 주물기법에 의하면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이처럼 균일한 이중 단면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성분 분석 결과에서도 활자 내부와 바깥의 구리·주석 성분비율이 많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청동기 유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가 녹이 슬거나 부식됐을 수도 있지만 산화되지 않은 부분에서 주석 성분이 더 많이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활자 뒷면에서는 금속을 덧바른 흔적도 발견됐다. 반면 국립중앙박물관 고활자에서는 위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의 이번 조사로 2010년부터 지속된 증도가자 논란이 종식될지 주목된다. 증도가자는 고려 고종 26년(1239)에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758호)를 찍을 때 사용한 금속활자를 뜻한다. 증도가자가 발견되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의 이름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증도가자 추정 활자들의 진위 여부가 관심을 끌어 왔다.
이번에 나온 국과수 조사 결과는 지난 2월 공개된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용역 보고서 내용과 충돌한다. 당시 보고서는 “고인쇄박물관의 7개 활자 중 증도가자가 3개, 고려활자가 4개이며 다보성고미술 소유의 101개 활자 중 59개도 증도가자”라고 분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보성고미술, 국립중앙박물관,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의 출처는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2월 공개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용역 보고서와 국과수의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사실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다보성고미술 활자 101개와 국립중앙박물관 활자 1개 등 102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청주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 7자 모두 위조됐을 가능성 커”
입력 2015-10-27 20:38 수정 2015-10-27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