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입력 2015-10-27 17:50

언젠가 우리나라와 서방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을 비교한 자료를 본 일이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항목이 물질과 관련된 것이었고 영국 프랑스 등은 사회적 개념이 그 기준으로 확연한 차이를 느꼈고,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마도 오늘 다시 조사한다 해도 우리나라는 재물 관련 항목이 그 기준으로 나타날 것 같다. 소중하게 여기는 재물이 넘쳐날지라도 정신적 안정감과 영적 평안이 없이는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돈이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집단최면, 항상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경제 성장과 비례해 영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한 때문일까.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질에 집착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알맹이들은 다 놓치고 겉껍질만 붙들게 될 것이다.

서로의 삶에 훌륭한 내비게이터가 될 수 없다면, 이제 남을 지나치게 판단하는 일에 좀 무뎌지자.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수고도 덜어내자. 승승장구할 일에만 집착하느라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옆을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가슴을 가진 이가 많이 필요한 때다.

온 동네가 이웃이었던 때가 있었다. 옆집은 있어도 이웃은 없다는 요즘은 풍족한 사막처럼 삭막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핵가족 시대를 지나 나홀로족 시대로 가는 지금이야말로 좋은 이웃이 더 필요한 때다.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의 결과를 보면 남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주변을 더 잘 살피고 조화를 이루며 나눔을 통해 더불어 풍요로워져야 하는 이유이다.

물질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가 영적·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지기 위하여 작은 것부터 차츰차츰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루어간다면 정신적인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 그 기준도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