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권력에 치이고 후배는 치받고 수난 겪은 ‘檢 중의 劍’… 이번엔?

입력 2015-10-26 21:56 수정 2015-10-26 22:44

“권력에 허약한 관료형이 아닌, 기백 있는 장수형 검찰총장의 항해를 보고 싶다.” 새 총장 인선을 앞두고 나온 국민일보 칼럼 ‘한마당’의 한 구절이다. 검찰 조직의 정점으로 큰 권한를 가지면서도 많은 검찰총장이 외풍 탓에 항해를 온전히 끝맺지 못했다. 임기 2년을 채운 이가 드물고 수시로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오른다. 후배들로부터 조직을 떠나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임기제·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장치가 있지만 총장 임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요소는 대통령의 의중이다. 여타 외청장과는 다른 장관급이라곤 하지만 유독 검찰총장의 하마평이 많은 것도 이렇게 묘한 정무적 특성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후반기를 항해할 검찰총장 후보군은 28일 구체적 명단이 나온다. 대구·경북(TK) 출신이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셋 중 하나만 수료하는 난코스

법이 보장하는 검찰총장 임기 2년은 지켜진 예가 드물다. 1988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임기제가 도입됐는데, 22대 김기춘 총장부터 39대 채동욱 총장까지 18명 중 6명만 임기를 채웠다. 재임기간이 채 1년에 못 미친 이가 5명이다. 역대 총장을 통틀어도 2년 이상 재임한 총장은 39명 중 13명뿐이다. 정치적 바람을 덜 타고 조직을 큰 동요 없이 이끈 총장이 셋 중 하나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어진 임기를 마치지 못한 총장들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거나 사회적 논란에 따라 책임을 지곤 했다. 일부는 대형 수사가 권부와 마찰을 일으켜 옷을 벗었다는 관측에 휩싸이기도 했다. 25대 박종철 총장은 슬롯머신 수사로, 27대 김기수 총장은 한보 사태 수사로 고위 권력층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31대 이명재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발생한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의 책임을 진 사례다. 32대 김각영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사임했다. 34대 김종빈 총장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반발, 사표를 던졌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던 말들

정치권은 검찰의 대형 수사마다 기획·표적 의혹을 제기했고, 수사지휘권의 맨 위에 있던 총장들은 끝없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역대 국회가 발의한 15건의 탄핵소추안 가운데 6건(중복 포함)이 검찰총장을 향했고, 모두 부결·폐기됐다. 26대 김도언 총장이 12·12사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쟁에 가까운 사안이었다.

국회는 29대 박순용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여당에 대해서는 늑장수사, 기소억제, 축소기소” “야당에 대해서는 번개수사, 억지기소, 확대기소”라고 적었다. 30대 신승남 총장은 대검찰청 차장검사 재직 당시에 이어 2차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제16대 총선 당시 선거사범들을 편파 수사했다는 주장이었다.

검찰 특유의 조직문화 때문인지 후배들로부터 ‘용퇴’ 요구를 받는 총장도 많았다. 28대 김태정 총장은 대전법조비리 사건 처리와 관련해 후배들의 퇴진 요구를 받았다. 당시 심재륜 대구고검장의 ‘국민 앞에 사죄하며’ 퇴진요구 성명은 김 총장의 탄핵소추안에 언급됐다. 38대 한상대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추진했다가 큰 내부 반발에 봉착, 사임했다. 당시 총장실 앞은 총장의 결단을 요구하는 검사들이 줄지어섰었다.

41대 총장은 과연 누가

김진태 총장의 뒤를 이을 41대 총장후보 심사 대상에는 사법연수원 16, 17기 출신 고검장급 간부 7명과 최재경(53) 전 인천지검장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는 이 가운데 3명 이상을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지휘해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끈 김수남(56) 대검 차장, 포스코 등 최근의 굵직한 사정 수사를 도맡고 있는 박성재(52) 서울중앙지검장이 앞선 후보로 분류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