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TF’ 논란] 한밤 급습, 잠긴 문 앞 대치, 감금 공방… ‘국정원 댓글’ 사건 데자뷔

입력 2015-10-26 22:30

야당이 전날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을 한밤중 급습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2012년 대선 당시의 국정원 댓글 사건 ‘데자뷔’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제보를 확인하겠다며 저녁 늦게 ‘아지트’를 덮쳤고, 잠긴 사무실 문 앞에서 대치했던 상황과 이후의 여야 공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25일 오후 8시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정부의 비밀조직 실체를 확인하겠다며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건물로 갔다. 이들은 안에 있던 직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불을 끈 채 ‘비밀작업 증거’를 치웠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 사이에선 국가정보원 청사가 아닌 별도의 ‘비밀공간’에서 국정원 직원이 ‘댓글 작업’을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말이 나왔다. 교육부가 태스크포스(TF) 사무실을 정부청사가 아닌 곳에 마련한 이유를 추궁하고 나선 것이다.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국정원 댓글녀’를 기습적으로 찾아간 것은 2012년 12월 11일 오후 7시쯤이었다. 국정원 여직원이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 6층 사무실에서 수개월간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올렸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회 정보위 김현 의원 등 당 관계자 10여명은 이 여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대치했다. 대선을 8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국가 정보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불을 붙인 것이다.

‘비밀 사무실’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재연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것은 청와대에서 시작해 정부의 모든 조직이 국정화 추진에 매달리고 여론 조작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용적 심각성이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그 집을 포위하고 출입통제하고 이틀씩이나 감금시킨 일이 떠오른다”며 “부끄럽다”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2년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 직후 경찰이 ‘국정원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은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지난 8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법정 구속됐으나 대법원은 지난 7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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