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대학원 무용과 박사 과정 박선우(29·여)씨는 올해 7월부터 육군 56사단 비룡부대 군인 30명에게 발레를 가르치고 있다. ‘군 장병 발레 강습’은 매주 2시간씩 경기도 남양주 청소년수련관 강당에서 이뤄진다.
박씨는 공군에서 복무한 남동생에게 부대 동기가 군 생활로 힘들어하다 정신병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듣고 ‘재능기부’를 떠올렸다고 한다. 발레가 늘 긴장 상태로 생활하는 군 장병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몸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 활력과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국방부 홈페이지에 ‘발레 수업’ 제안을 처음 올렸을 땐 거절당했다. 전화로 설득한 끝에 발레 수업을 희망하는 부대가 있으면 허락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박인자 교수가 비룡부대와 다리를 놓은 덕에 발레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군인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건 만만치 않았다. 발레 공연을 생전 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첫 수업 때엔 인사에 답도 하지 않거나 눈을 못 맞추고 땅만 보는 사람도 있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웬만한 기본 동작을 간단히 해낸다고 한다. 어려운 동작까지 어느 정도 해내는 사람도 나왔다. 팀별 발표 때 새로운 구성과 안무를 보여주는 군인도 있었다.
박씨는 26일 “소위 관심병사로 분류된 장병도 있었다는데 그런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들 활기 넘치고 밝은 모습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에 이들과 함께 발레 공연도 해볼 계획이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軍에 발레 동아리 떴다” 발레리나 박선우씨 ‘재능기부’
입력 2015-10-26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