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이 주는 복지’ 평생 누린다

입력 2015-10-29 19:24
산림청은 청년기 산림복지의 방안으로 숲길 달리기 등 전국 단위로 다양한 산악레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등산트레킹 지원센터가 지난 8월 백두대간에서 단체 산길 걷기 행사를 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수목장은 숲이 제공하는 행복, 산림복지의 마지막 단계다. 산림청은 수목장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미 조성된 경기도 양평군 하늘숲추모원을 포함해 2017년까지 모두 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조성될 수목장림은 지역 특색에 따라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묘지로 인한 산림 잠식을 방지하고 숲이 선물하는 마지막 복지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대적인 수목장림 확산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산림청은 2013년부터 숲 태교에서 수목장림까지 생애주기별로 산림복지서비스 계획을 마련, 2017년까지 5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숲을 통해 질 높은 국민행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 임영석 과장은 “소득과 여가시간 증가로 숲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목장과 트레킹, 산림치유, 산림교육 등과 같이 숲을 이용하는 목적도 다양해졌다”며 “세대별, 계층별로 맞춤형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산림복지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복지의 첫 단계는 숲 태교다. 산림청은 상·하반기 1년에 두 차례 숲 태교를 실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는 지난 8월 14일부터 임신 16주∼36주 임신부와 임신부부 850명을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참가비는 없다. 숲 태교는 산음·장성·청태산·잣향기 등 국·공립 치유의 숲 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숲 태교 프로그램은 태담, 명상, 맨발 걷기, 아로마 마사지, 꽃 편지 쓰기, 나무 모빌 만들기, 자연물 찾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구성됐다. 숲 태교의 효과는 임신부의 무력감이나 불안감을 완화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의 농도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두 번째 단계는 6세까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산림복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유아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서 자기 참여, 주도형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자연 중심의 유아 숲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유아숲체험원, 도시숲, 산림공원 등 141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현재 20여개의 유아숲체험원을 2017년까지 250개, 300여명의 유아숲지도사를 1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18세까지 청소년 대상 산림복지는 산림교육이다. 청소년 숲속 캠프, 방과 후 숲교실, 숲사랑 소년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업스트레스, 운동부족, 인터넷 중독,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산림교육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대상 숲체험 프로그램은 사회성 향상과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이에 따라 4개 뿐인 산림교육센터를 2017년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청년기 산림복지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산악스키,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등 산악레포츠가 청년기 산림복지 대상이다. 산림청은 임도를 이용한 산악레포츠 활성화를 차원에서 전국 단위로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1∼2월에는 산림청장배 산악스키를, 5월에는 산악마라톤(숲길달리기), 7월에는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린다.

중·장년기 산림복지를 위해서는 산림휴양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지역여건과 숲체험 패턴을 고려, 지리산 한지체험과 대관령 숯가마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할 방침이다. 산림휴양시설 외연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다. 2014년까지 160여개인 자연휴양림은 190개로, 180여개인 산림욕장을 233개로 늘린다는 방안이다.

노년기 산림복지는 산림치유다. 최근 여러 케이블방송들이 숲 속에서 불치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치료했다는 사례가 소개되는 등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림청은 다양한 연령 별, 치유목적 별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27개인 국·공립 치유의 숲도 계속 늘린다.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치유의 숲 인증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숲은 풍부한 웰빙(Well-being)의 터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해서는 웰다잉(Well-dying)의 하나인 자연친화적 수목장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출산에서 사망에 이르기 까지 숲은 다양한 복지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률 78.8%로 2000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수목장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전국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국·공립 수목장림은 경기도 양평군 하늘숲추모원 등 3곳 뿐이다. 특히 부산의 화장률은 91.3%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경남이 89.3%로 다음인데 국·공립 수목장림은 한 곳도 없다. 수목장림 산림복지의 소외지역인 셈이다. 숲이 제공하는 마지막 복지선물, 수목장림을 전 국민이 고루 나눠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토 남부 지역의 수목장림 조성이 시급하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