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정화 TF’ 충돌… 野 “위증” 與 “정상업무”

입력 2015-10-26 21:1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에 대해 비밀공작팀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비선 조직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연합뉴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대형 돌발변수가 터졌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지원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정권 차원 국정화 추진 비밀팀’이라고 총공세를 퍼부은 반면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정화를 위한 정상적 업무 지원이라고 반발했다. ‘비밀 TF’일 경우 정부·여당이 치명타를, 공식 업무 지원일 경우엔 야당이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 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정부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비밀조직을 구성해 국정화 여론 조작과 공작에 버금가는 역사 쿠데타 작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여수에서 기자들을 만나 “(TF가) 떳떳하다면 야당 의원들 방문에 당당하게 맞아들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설명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당당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은 TF의 구성 시점과 청와대 지시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교육부 공식 해명에 따르면 문제의 TF는 지난 5일 꾸려졌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시점(12일)보다 1주일 앞선 셈이다.

황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에도 “국정화가 결정된 바 없다” “행정예고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국정화 TF가 꾸려졌다면 국정화가 사실상 그 이전에 결정된 것과 다름없고, 결국 황 부총리는 국회에서 위증한 것이라는 게 새정치연합의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은 청와대 지시 여부와 관련,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 실장은 당시 “국정화 관련해서 당정청회의를 했다든지, 제가 당정회의는 한 것으로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어떤 지침을 내리거나 이런 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25일 공개된 TF의 상황관리팀 소관 업무에는 ‘BH 일일점검회의 지원’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TF와 BH(Blue House·청와대)가 긴밀히 협력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새정치연합은 TF 운영을 따지기 위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 긴급 소집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국정화 비밀팀’이 아니라 국정감사 등 업무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교육지원팀’을 확대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야당의 TF 사무실 진입 시도를 ‘공무원 감금행위’로 규정하고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교육부가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고,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의 별도 TF를 둘러싼 여야 간 ‘진실게임’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국정 교과서에 대한 여론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여야가 TF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지루한 정치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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