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이젠 도약이다] 안팎 희소식… “물 들어올 때 노젓자” 수익 창출 박차

입력 2015-10-26 21:42
올해 증권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는 주식시장 침체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으나 4분기부터는 시장과 정책 여건이 모두 좋아 지난해보다 한층 향상된 실적이 예상된다. 수년간의 구조조정으로 비용 효율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증권사들은 모처럼 활기를 띠는 업황 속에서 한 단계 도약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정부 정책 모두 증권업계에 우호적=3분기에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라는 ‘G2 리스크’ 때문에 증시가 침체돼 증권사들도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유럽과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했고, 중국은 18기 5중전회(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려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더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은 위험자산(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는 조건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 정책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어서 한국 자본시장 성장의 필요조건은 충족된 셈이며, 자본시장 성장의 수혜는 단연코 증권사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다. 확대된 유동성이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증대시킴에 따라 증권업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도 증권업 성장을 가져올 만한 요인이다. 지난 14일 금융 당국은 대형 증권사의 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모든 증권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중개 업무 위주의 단순 이익 성장보다는 기업 여신과 사모펀드 부문 확대 등 투자은행(IB) 중심의 수익구조 변화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각개약진 나서는 증권사=이처럼 호기(好機)를 맞은 증권사들은 고객 수익률 강화에 초점을 맞추거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해외 시장으로 투자 영토를 넓히는 등 각자 단련한 전략으로 수익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연초에 ‘고객보호헌장’을 선포한 삼성증권은 고객 수익률 중심 경영을 정착시켜가고 있다. 고객 수익률 제고가 직원들의 영업 평가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도록 하는 식으로 경영활동 전반을 혁신하는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도 고객의 총자산에 대한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직원 성과에 반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 고객의 자산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경영의 최우선 목표다.

자산관리(WM) 사업의 고도화를 모색 중인 NH투자증권은 그동안 기관투자가에만 편중돼 있던 리서치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개인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고객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조치다.

대신증권은 수년 전부터 전체 매출에서 위탁매매 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자산관리나 투자은행 업무 등 다른 부문 매출을 늘리는 식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결실을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아시아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띄워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과 연계된 직접 투자나 금융자문 서비스, 인수 중개 업무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현대증권은 해외 부동산 투자로 시야를 넓혔다. 지난 8월 일본 이온그룹 쇼핑몰 매각으로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은 데 이어 도쿄의 요츠야 빌딩을 연내 매각할 계획이다. ‘가외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프라이빗뱅킹(PB) 분야 활성화에 주력해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 초엔 업계 최초로 ‘PB 사관학교’를 열어 신입직원들을 PB 전문가로 양성하는 작업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분야에 특화된 장점을 십분 살리는 한편,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5년 뒤 대형 IB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외형과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