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입대한 장남이 총상을 입고 숨졌다는 소식이 온 건 2012년 5월 23일이었다. 오동길(사망 당시 21세) 이병의 어머니 A씨는 잠시 ‘보이스피싱 아닌가’ 의심했다. 100일 휴가를 코앞에 둔 아들이었다. 치과·안과 검진을 받고, 친구들과 ‘여수엑스포’를 보러 가겠다며 들떠 있었다. 아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사건 두 달 뒤 육군은 오 이병의 사망 원인을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오 이병이 철책선 초소 근무 도중 자신의 K-2 소총에서 발사된 예광탄 3발에 턱과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것이다. 함께 초소에 있던 선임병은 졸고 있었다고 했다. 군은 “타살이나 총기 오발 가능성이 없다”며 소대장 등 4명을 견책 조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는 A씨의 슬픔을 씻어주기는커녕 의구심만 키웠다. 사건 현장에 있던 소대원의 목격담이 엇갈렸지만 군 수사팀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헌병대는 “장례를 치르라”고 재촉했고, 수사팀은 부검을 마친 뒤 철수해 버렸다. 유족들은 수사·심의기록과 부검사진, CCTV 자료 등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은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부대로 직접 오면 일부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들이 살아올 순 없겠지만, 사망 원인이라도 속 시원히 알고 싶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이어 지난 1월 “수사기록 사본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마음만큼 도와주지 않았다. 평범한 주부였던 A씨는 가족들과 함께 변론 서류를 작성하며 직접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9개월의 심리 끝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A씨가 육군 모부대 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오 이병 사망사건 수사기록 등의 사본·복제본을 교부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 가운데 군사기밀로 볼 수 있는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가 공개돼도 국방전력이 노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장병의 소속부대 등 신상정보가 담긴 부분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A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법원에서 판결문조차 송달받지 못했다”며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일반인인 우리 가족이 분석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라며 “많은 군 의문사 부모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어머니의 이름으로 ‘외로운 싸움’… 이병 아들 총기사망 밝히려 ‘나홀로 소송’
입력 2015-10-26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