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시대 가고 야옹이 시대 온다… 고령화·1인가구 늘면서 개보다 키우기 쉬워 ‘선호’

입력 2015-10-26 21:09 수정 2015-10-26 21:56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28)씨는 1년 가까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살 때 10년 넘게 개를 키웠던 조씨는 혼자 살게 되면서는 개 대신 고양이를 선택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스스로 식이조절을 잘해 주인이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집을 비울 때에도 걱정이 덜한 편이다. 또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줘야 할 부담도 없고, 개처럼 짖지도 않아 공동주택에서 키우기도 좋다. 조씨는 “개는 ‘키운다’는 느낌이 든다면 고양이는 그저 ‘같이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그동안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로 인식된 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양이의 수가 개의 수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 반려동물사료협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일본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고양이 수는 996만 마리로 반려견 수(1035만 마리)에 거의 근접했다. 1994년부터 매년 전국의 반려견과 반려고양이 수 추산치를 조사·발표해 온 이 단체는 지난 5년 동안 개는 12.8% 줄어든 반면 고양이 수는 3.6%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말 집계에서는 처음으로 반려고양이 수가 반려견 수를 웃돌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고양이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개에 비해 배식과 배변, 산책 등에서 상대적으로 키우기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노인이 많아진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을 중심으로 개보다 고양이를 선호하는 풍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반려동물 붐이 본격화된 90년대 후반에 소형 개가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키우기 시작한 개가 최근 수명을 다하면서 후속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1981년 미국 전체 반려견 수는 약 5383만 마리로 4458만 마리인 고양이보다 약 20% 이상 많았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11년에는 고양이 수가 약 7443만 마리로 7078만 마리인 반려견 수를 앞질렀으며, 이후 조사에서도 계속 반려고양이 수가 반려견 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