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으로 거론되는 후보 ‘포르노성 작품 전시 파문’… 사임 전적 논란

입력 2015-10-26 19:36
지난 3월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조각 작품.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여성 노동자, 강아지와 함께 성행위하는 모습을 담아 파문이 일었고, 이로 인해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왼쪽 사진)이 사임했다. 마리 전 관장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군에 올라 있다.야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 3명에 오른 스페인 출신 바르토메우 마리(49)가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할 당시 스페인 국왕을 조롱하는 포르노성 작품을 전시하고 그 파문으로 인해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 2명과 함께 최종 후보에 포함된 마리 전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미술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진행된 국립현대미술관장 재공모에 마리 전 관장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장에는 현재까지 외국인이 응모하거나 임용된 적이 없어 후보에 포함된 외국인 1명이 누구인가가 미술계 최대 관심사였다. 마리 전 관장은 다른 한국인 후보 2명보다 점수가 높아 관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마리 전 관장의 전시를 두고 뒷말이 많다. 그는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3월 한 작가의 ‘짐승과 주권자’라는 조각 작품이 포함된 기획전을 열었다. 이 작품은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헬멧을 쓴 여성 노동자, 강아지와 함께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은 파문이 커지자 마리 전 관장이 사임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임 사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왕모독죄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스페인 국왕이 된 필리페 6세는 카를로스 전 국왕의 아들이다.

이 작품에 대해 국내 미술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한 작품으로 물의를 빚은 홍성담 작가의 작품이 연상된다”며 “정부가 마리 전 관장의 이력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현재 후보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후보자의 신상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리 전 관장은 지난해 삼성미술관 리움과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리움 개관 10주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공동 개최한 아트 포럼에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이자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CIMAM) 회장으로 미술계 인사들과 함께 참석한 바 있다.

국내 미술계를 지원하고자 제정된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의 2011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국과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소장품전이 열려 한국을 방문했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