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큰 문제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후속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8·25합의’를 이행하는 첫 단추였다. 이번 행사가 순조롭게 끝난 만큼 ‘8·25합의’ 정신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려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상봉행사 과정에서 북측 인사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것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북측 단장 이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4일에도 금강산호텔에서 취재단과 만나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며 “남측 김성주 총재와도 많은 내용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 행사요원들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다음 상봉 행사와 당국회담 등에 대해 기대 섞인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26일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당국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당국회담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재 등 양측 간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룰 당국회담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남북은 여전히 회담 시기와 장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남북 양측의 생각이 복잡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당국회담 의제로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경원선 복원 및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 유감 표명 및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이 거론된다.
남측이 비중을 두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전제조건은 이들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이다. 북한은 현재 생사 확인조차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조건을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들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우리 정부가 선뜻 응하기 힘들다. 북한이 주장해 온 ‘5·24조치’ 해제도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주변 상황을 보다 유리하게 조성한 뒤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대중국 관계를 개선한 뒤 남북관계에 관심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따라서 남북 간 탐색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 기간에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군사적 충돌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한번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양측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던 지난 24일 북한 어선단속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고,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도 ‘위기의 순간’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다음날 “남북관계가 ‘8·25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은 지났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순조롭게 끝난 이산상봉… 남북 후속 협상은?
입력 2015-10-26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