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이해승 재산’ 국가 환수 가능할까?… 법무부, 320억 토지 귀속 재심 청구

입력 2015-10-26 21:59
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75) 그랜드힐튼호텔 회장과 벌이고 있는 친일재산 환수소송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무부는 이미 국가패소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동시에 별개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겠지만 민사소송에서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는 26일 이해승이 남긴 포천 땅 192필지(320억원)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2010년 10월 이 회장이 제기한 처분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상고대상이 아닌 사건을 본안심리 없이 기각)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해승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지만 한일합병의 공을 인정받은 것이라 볼 근거가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법무부는 법률해석에 대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심리불속행 판단을 내린 것은 재심사유인 ‘판단누락’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이해승이 한일합병에 공을 세웠느냐’는 사실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설령 재심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개정되기 전의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국회는 친일재산귀속법에서 문제가 됐던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문구를 이 회장이 승소한 이후인 2011년 5월에서야 뺐다.

법무부는 새롭게 제기한 민사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재심청구와는 별개로 포천 땅 179필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이미 매도한 13필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이날 서울북부지법에 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존 판결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결정이 취소됐다는 의미에 불과해 이후 민사소송에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례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결정이 없이도 소송대상물이 친일재산이라는 점만 입증한다면 국가소유로 보고 있기 때문에 환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특히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단하도록 특별법이 개정된 만큼 국가가 승소할 확률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