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금강산 단풍 속에 60여년 곰삭은 그리움들을 마침내 터뜨렸던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6일 막을 내렸다. 8·25 남북 고위급 합의의 첫 결실인 이번 행사는 몇 차례 무산될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치러졌다. 매번 정치적 줄다리기와 선물보따리 주고받기를 거쳐 이렇게 찔끔찔끔, 잠깐씩 만나는 상봉 행사에 대해 비판도 많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그런 국민적 합의는 이 시점에서 다시 다질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봉 방식은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먼저 단발성 행사로는 이산가족의 한과 아픔을 달래줄 수 없다. 상봉을 상시화 또는 정례화하고, 상봉 규모도 대폭 늘려야 한다. 첫 상봉이 이뤄진 1985년 이후 모두 20차례의 행사에서 상봉을 신청한 12만9698명 가운데 1986명만 가족을 만났다. 1.5%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한 해 200여명만이 상봉의 꿈을 이루는 식이라면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 6만6292명이 모두 가족을 만나는 데 300년도 더 걸린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고, 70대 이상 고령자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
상봉으로 가는 과정도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남북이 합의한 100명의 상봉 가족을 선정하기 위해 500명의 후보자를 추첨하고, 남북 적십자사가 상봉 후보자 가족의 생사와 상봉 의사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최종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후보자들은 아픔을 겪는다. 일부는 이산가족의 소식을 전혀 확인하지 못하거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남북한 당국이 각각 이산가족에 대한 전면적 생사확인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게 북한에 내 가족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면적 생사확인이 이뤄진다면 상봉 정례화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이산가족 상봉 활성화의 출발점은 8·25합의 1항인 남북한 당국 간 회담의 조속한 개최다. 이 회담에서 북측이 절실히 바라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한 묶음으로 해서 남북 간 합의를 추진해볼 만하다. 우리 정부가 요구해 온 금강산 관광재개의 선결조건을 북측이 적절한 형태로 수용한다는 다짐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북측 상봉단장인 이춘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장은 25일 만찬에서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의 문제를 협의할 생각이라고 우리 쪽 기자들에게 밝혔다. 외국인들은 그들이 보기에도 눈물을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애절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남북한 정부는 왜 한꺼번에 허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치르는지 의아해할 것 같다. 분단의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수께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남북한 당국이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사설] 이산가족 문제, 상시화·정례화와 규모확대로 풀자
입력 2015-10-26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