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新냉전시대 ‘첩보의 최전선’… 美, 러 절단·도청 가능성에 촉각

입력 2015-10-26 22:16
지난달 미국 동부 연안에 러시아의 간첩선 얀타르호가 나타나자 미국의 첩보위성과 정찰기, 감시선박은 긴장했다. 얀타르호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까지 미국의 군사용 해저케이블이 설치된 해역을 따라 느리게 항해했다. 얀타르호에는 쌍발 프로펠러가 달린 심해 잠수정이 실려 있었다. 미 해군은 얀타르호의 잠수정이 바다 깊숙한 곳에서 해저케이블을 수 ㎞씩 절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러시아 잠수함들이 전 세계 통신망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노리고 있어서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해군은 러시아 잠수함의 정찰활동이 최근 1년 사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 잠수함들의 활동 무대는 북해에서 동북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심지어 미국 근해의 해저케이블 경로를 따라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잠수함이 해저케이블을 자를 경우 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복구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은 일상적인 통신의 95% 이상을 감당한다. 매일 10조 달러 이상의 국제금융결제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해저케이블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 자본거래는 차단되고 전 세계 경제와 통신은 마비된다.

육지에서 가까운 해저케이블은 선박의 닻이나 기상악화로 손상되기도 하지만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진다. 하지만 심해에 설치된 해저케이블은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복구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군사용 해저케이블이 파손되거나 도청이 이뤄지면 지휘체계가 무너진다.

러시아의 동태에 우려하는 국가는 미국만이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에서는 노르웨이가 러시아 잠수함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 잠수함들의 활동 수위는 냉전시대에 필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