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명성 잃으면 국정화 반대여론만 확산시킬 뿐

입력 2015-10-26 18:13
정부가 공식 발표 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태스크 포스(TF)를 비밀리에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신속하고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정부 부처 내에 이 업무를 전담하는 TF를 두는 게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기관도 아닌 교육부가 공식 라인인 역사교육지원팀 외에 별도의 팀을 구성해 비밀임무를 수행해왔다는 사실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부 설명대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라면 TF 구성과 업무를 비밀에 부칠 까닭이 없다. 교육부는 “국회 자료 요구 및 언론 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현행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보강해 10월 5일부터 한시적으로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그동안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해명이 사실이라면 “국정화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지난 8일 국정감사 답변은 위증이 된다. 또 발표 전에 업무가 늘어났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사가 있는 세종시가 아닌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대학로에 TF 사무실을 마련한 것도 석연찮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진보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럴수록 절차가 투명하고 모든 과정이 공개돼야 국정화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가뜩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한번 개최하지 않고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마당에 청와대 직보 시스템을 갖추고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동향 등을 파악하는 비선조직의 존재는 국정화 반대여론만 확산시킬 뿐이다. 청와대가 일일보고를 받아야 할 만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경제살리기를 비롯한 다른 국정현안에 우선하는 블랙홀이 되어버린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한밤에 TF 사무실에 몰려가 사실 확인을 하겠다며 소란을 피운 행위 역시 정상은 아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잘잘못을 파헤치고 추궁하면 될 일을 뒷골목 왈패들이나 하는 완력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는다. 따질 일이 있으면 국회에서 하면 된다. 국회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수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