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주연 성유리 “독하게 마음먹고 땀 흘리니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아요”

입력 2015-10-27 18:54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막장 드라마의 여배우 역할을 맡은 성유리.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소 까칠한 캐릭터이지만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사랑을 전하는 배역”이라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성유리가 커플 김성균의 얼굴을 만지는 장면. 타임박스 제공
까칠하면서도 도도하고 차가운 성격의 여배우. 막장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툭 하면 성질을 낸다. 극중 맡은 배역은 여의사다. 10년 넘게 옆에서 돌봐준 매니저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내를 알 수 없다. 28일 개봉되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성유리(34)가 맡은 역할이다. ‘핑클’의 요정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다소 생소한 캐릭터다.

개봉을 이틀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속 주인공과 실제로 얼마나 닮았는지 물었다. “60% 정도는 비슷해요. 제가 맡은 서정이라는 여자는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자존심은 세고 낯을 많이 가리고 말도 없어요. 차가워 보이는 부분이 공감이 갔어요. 그래서 촬영현장에서 일부러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어요.”

영화는 세 가지 사연의 에피소드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가까워서 더 꺼내기 힘들었던 말 ‘미안해’는 친구 강칠(김영철)과 종구(이계인)의 화해를, 볼 때마다 숨겨야 했던 말 ‘사랑해’는 여배우 서정(성유리)과 매니저 태영(김성균)의 고백을, 한 번도 전하지 못한 말 ‘고마워’는 딸을 죽인 범인을 쫓는 형사 명환(지진희)과 범인의 딸 은유(곽지혜)의 애틋함을 담았다.

성유리는 세 가지 에피소드 가운데 ‘사랑해’ 부분에서 김성균과 짝을 이뤘다. “성균 오빠가 커플로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호흡을 맞추지?’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고 보니까 성균 오빠가 감성이 풍부하고 멜로 연기를 너무 잘 하는 거 있죠? 까무잡잡한 피부와 뼛속까지도 연기하는 것 같았어요. ‘핑클’의 요정이라고나 할까요.”

1998년 걸그룹 ‘핑클’로 가요계에 데뷔한 성유리는 2002년 드라마 ‘나쁜 여자들’을 통해 탤런트로 거듭났다. 이후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기력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됐으나 처음에는 힘들었다”며 “독하게 마음먹고 끊임없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땀 흘리니까 이제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가장 끌린 부분은 매니저 태영이랑 티격태격하다가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이었어요. 왠지 설레더라고요. 가깝게 지내온 사이였지만 막상 사랑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고 전율이 일었죠. 하지만 신파로 가면 안 된다고 전윤수 감독이 계속 강조해 감정을 숨기느라 애먹었어요.”

팬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함성을 지르던 시절의 추억이 그립지는 않을까. “14년 전 활동하던 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죠.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으니 청순한 국민여동생, 첫사랑 이미지에서 벗어날 때도 됐어요. 아직도 그런 캐릭터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만 미련은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한 편 정도는 더 하고 그만둘걸 그랬나?”라며 웃었다.

극중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이 예쁘다. “영화에서는 아름답게 나왔지만 저는 아직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어요. 남자를 사귀는 특별한 계획 같은 것도 없고요. 저에게 잘 맞는 연기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요. 인기는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져 즉사할 수도 있으니 밑에 있을수록 좋다는 지진희 선배의 말에 공감해요.”

영화의 흥행에 대해 그는 “그동안 대박과는 좀 거리가 있었는데 나만의 만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따스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어 “처음에는 20∼30대 연인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여겼는데 다시 보니 딸을 둔 40∼50대, 부모와 자식, 오랜 세월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함께 보면 흐뭇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