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직폭력배는 통상 3세대로 분류된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서울 명동과 종로 일대에서 조선 상인들을 보호한 ‘낭만주먹’이 1세대에 속한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시라소니’ 이성순, ‘구마적’ 고희경, ‘신마적’ 엄동욱 등이 대표적이다. 1945년 광복 후 정치세력과 결탁해 ‘정치깡패’로 변신한 이들은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겪으면서 몰락했다.
2세대는 70∼90년대를 주름잡았던 ‘3대 패밀리’가 주축이다. 김태촌의 ‘서방파’,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는 호남에서 세를 키워 서울로 진출했다. 이 시기의 조폭은 ‘갈취형’이다. ‘3대 패밀리’가 활개를 치자 전두환정권은 삼청교육대로, 노태우정권은 ‘범죄와의 전쟁’으로 조폭 소탕 작전을 벌였다. 2세대는 그렇게 퇴장했다.
3세대는 ‘기업형’이 주류다. 2000년대 들어 범죄 수법은 더욱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증시와 금융시장 등 경제 영역과 첨단 인터넷 사행산업 등으로의 진출이 크게 늘었다. 지하경제의 주축을 형성한 것이다. 2013년 개봉된 영화 ‘신세계’는 이런 조폭의 세계를 그려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런데 최근 4세대가 새로 추가됐다. 원정 도박을 알선하는 조폭이 그들이다. 기업화한 조폭이 외국으로 사업 무대를 확장한 것이다. 이들은 마카오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카지노룸을 빌려 한국인에게 도박을 시켜주는 이른바 ‘정킷(junket)방’을 운영한다. ‘범서방파’ ‘학동파’ ‘영산포파’ ‘청주파라다이스파’ 등 계파를 초월해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을 꼬드겨 원정도박의 늪에 빠뜨려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폭력조직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보폭도 해외로 넓히는 양상이다.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우리 생활 주변까지 파고들고 있다.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하는 조폭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필요할 듯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조폭 변천사
입력 2015-10-26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