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보는 데 40년이 걸렸다. 최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본 ‘데르수 우잘라(Dersu Uzala)’. 감독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지만 대사는 러시아어로 처리된 소련과 일본의 합작영화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게 1975년이니 무려 40년이 지났다.
영화가 만들어진 70년대 초·중반은 외국영화의 수입이 어려웠던 때라 영화 팬들은 항상 ‘좋은’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다보니 궁여지책으로 화보가 잔뜩 실려 있던 일본 영화잡지 ‘스크린’과 ‘로드쇼’ 따위를 탐독하는 것으로 새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곤 했다. 나도 물론 그중 한사람이었는데 그때 ‘스크린’ 잡지에서 ‘데르수 우잘라’의 소개를 보고는 호기심과 궁금증만 잔뜩 머릿속에 쌓아놓고 당연히 영화는 보지 못한 것.
왜 ‘당연히’인가. 금과옥조였던 ‘반공’에 더해 일본문화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왜색’이라는 딱지를 붙여 철저히 차단했던 또 하나의 타부 탓이었다. 특히 두 번째 타부로 인해 구로사와의 영화들은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구경할 엄두를 못 냈다. ‘라쇼몽’(1950)이니 ‘7인의 사무라이’(1954)니 ‘요짐보’(1961)처럼 유명한 작품의 제목 정도나 들어봤을 뿐.
76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유일의 70㎜이자 최초의 비일본어 영화인 ‘데르수 우잘라’는 사람 이름이다. 극동 러시아 우수리강 유역에 살던 시베리아 원주민. 영화는 그의 거칠 것 없는 자연 속 삶과 지역을 탐사하던 러시아군 탐험대장과 그 사이의 우정을 묘사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았다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훌륭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시베리아판 ‘희랍인 조르바’ 같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하긴 구로사와의 작품들은 셰익스피어극 등 오리지널이 있다든지, 나중에 서양에서 리메이크한 것들이 많은데 그것들을 구로사와의 작품보다 먼저 봐서 김이 빠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예상보다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나만 그런가?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42) 데르수 우잘라와 구로사와 아키라
입력 2015-10-26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