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팀, 野 의원들 급습하자 서둘러 장비 빼내

입력 2015-10-26 00:35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이 25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 사무실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종로구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 인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지훈 기자

교육부가 교과서 국정화 비공식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비밀’ 사무실을 운영한 의혹이 있는 서울 종로구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 건물에서는 25일 야당 의원들과 교육부 직원,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이 조직을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비공식 운영해 왔는지가 향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 의원, 교육부 직원 한밤 대치=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김태년 정청래 유은혜 의원 등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 건물을 급습했다.

이들은 교육부 소속 공무원들이 교과서 국정화 업무를 따로 진행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건물 문을 두드렸고 TF 관계자 2명이 나왔다고 한다. 의원들은 직원들에게 안으로 들어간 뒤 “몇 가지 물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직원 2명은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그 직후 사무실에 있던 TF 관계자들은 사무실 1층 작업실과 경비실 불을 끄고 건물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의원들이 밖으로 나오라는 의사를 전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9시10분쯤 곧 경찰 병력 70여명이 도착해 건물을 둘러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경찰 병력에 막혀 진입이 차단되자 야당 의원들은 “건물 안에 김관복 교육부 기조실장과 실무자들이 있다”며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들은 건물 안에 숨어 밤늦게까지 나오지 않았다. 오후 11시쯤 경찰 병력 70명이 증원됐고 대치 상황은 계속됐다.

불 꺼진 교육부 비밀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정부 문건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책상 위에 있는 문건 제목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 상황 분석 및 대응 전략’ ‘교육부 국사편찬위 내 역사교과서 개발 방안’ 등이었다. ‘차관 업무보고’ ‘대정부질의’ ‘국회입법조사처 요구자료’ 등의 메모도 있었다. 건물 내 TF 관계자들은 의원들이 급습했다는 소식을 듣고 컴퓨터 등 장비를 교체하거나 서류 뭉치를 급히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도 의원은 이날 오후 10시 국제교육원 건물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9월 말부터 국정화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는 일들이 이렇게 국제교육원 건물에 21명이 사무실을 마련해서 몰래 진행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도 “저희가 제보받기로는 이 비밀작업팀 단장은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이라며 “충북대 사무국장은 교과서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직책이다. 이것만 봐도 국민을 속이면서 아주 비밀스럽게 국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있다”고 성토했다. 또 그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고 있다”며 “차관은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기조실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안 받고 있다”고 전했다.

◇TF 조직 구성은?=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꾸린 TF는 3개 팀으로 이뤄졌다. 이 중 기획팀은 ‘역사교과서 개발 기본계획 수립’을 맡아 물밑에서 국정 교과서 추진을 주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팀은 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 역사학계를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인다.

TF 운영계획에 따르면 상황관리팀은 ‘언론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과 ‘국회·언론 등 설명자료 관리·제공’을 담당했다. 홍보팀은 ‘특별 홈페이지 제작 관리’와 ‘홍보물 제작 및 배포’를 주도했다. 언론뿐 아니라 시민에게 직접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 왔을 개연성이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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