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첩보’ 받고도 경찰 늑장 수사 정황

입력 2015-10-25 21:52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54) 검거 이후 검·경이 수사를 본격화했지만 관련자들이 입을 열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지검은 강씨에게 1억원을 받고 수사 정보를 제공한 혐의(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 등으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 사건을 넘겨받아 정 전 경사가 당시 기획 수사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다른 관련자는 있는지 등 모든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이를 위해 정 전 경사와 주변 인물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이 2008년 조희팔 일당의 불법 다단계에 대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첩보를 두 번 전달받고도 제때 수사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미 밝혀진 2008년 5월 외에도 그해 9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한 차례 더 조씨 업체의 불법자금 세탁 정보 등을 넘겨받았다. 그런데도 한 달여가 지난 10월 17일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처음 첩보를 전달받은 지 5개월여가 지나서야 ‘뒷북 수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 전 경사는 검찰에서 1억원 수뢰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일당의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을 설계한 혐의(사기 등) 등으로 수배 7년 만에 붙잡혀 지난 24일 구속된 배상혁(44)도 경찰에서 도피 이후 조·강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배씨가 2008년 10월 31일 대구 경찰의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 압수수색을 앞두고 전산 기록을 삭제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대구 동구 효목동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씨의 조카 유모(46)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생활고 등을 비관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유씨 지인들은 “유씨가 수시로 중국으로 강씨를 찾아가 1000만∼3000만원을 받았다. 비싼 옷과 손목시계를 선물해주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 같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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