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 與, 속도전 태세… ‘국정화 핸들’ 안꺾는다

입력 2015-10-25 21:2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제33회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김 대표, 홍용표 통일부 장관.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서울 보신각광장 앞에서 열린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체험관 개막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천정배 무소속 의원, 문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병주 기자

박근혜정부와 여당이 반대여론 확산 조짐 속에서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의 핸들을 꺾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속도전으로 이번 이슈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야권결집 효과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만도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4대 부문 개혁 동력까지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대놓고 거스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정부의 확정 고시(告示)로 끝날 문제”=여권의 가장 큰 고민은 팽팽했던 국민 여론이 국정화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출구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정 교과서 전환은 정부의 고시만으로 가능한 일이어서 다음 달 초 교육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가 이뤄지면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무성 대표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역사 교과서 이슈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문제는 아니다”며 “(정부가 국정화) 확정 고시를 하면 끝날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공천만 잘하면 180석이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야권의 ‘친일파 후예’ 공격에 대해선 “아버지(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는 3·1운동을 본뜬 ‘삼일상회’란 회사를 만들었는데 회사 이름을 바꾸라고 해도 안 바꿨고, 몰래 독립군에 활동자금도 주곤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일본이 일제 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다 쏴죽이겠다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 1순위였다”고도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서 “이 방법(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은 최선은 아니고 차선의 방법이나, 이게 아니고선 잘못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 사진은 한 장 나오는데 원수(怨讐) 김일성 사진은 세 장이 나오는 역사 교과서는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세에 ‘민생 우선론’으로 맞서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당력을 모으며, 야당의 국정화 저지 투쟁을 ‘민생 외면’ 프레임에 가두겠다는 전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제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민생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구태의 반복일 뿐”이라고 했다.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 메시지가 나올 경우 여권의 전열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여당 내 반대여론 고개 들지만…“대놓고는 반대 못해”=당 지도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선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당내의 우려는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권이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한 노동개혁 등 4대 국정과제가 이념 대결에 묻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과서 국정화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30, 40대 표심을 고려하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 여론이 형성돼 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새누리당 전원이 한목소리로 간다면 이 당은 국민들에게 ‘도로 민정당’으로 비칠 것”이라며 국정화 추진을 접는 ‘통 큰 양보’를 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올바른 역사 교과서’ 만들기에 워낙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반대의견이 제대로 표출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위에서 워낙 세게 내려오니까 다른 소리를 못 한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처음에는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균형을 맞추는 일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왜 미리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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