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 野, 여론은 우리편… 파상 공세

입력 2015-10-25 21:2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제33회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김 대표, 홍용표 통일부 장관.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서울 보신각광장 앞에서 열린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체험관 개막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천정배 무소속 의원, 문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병주 기자

‘이념전쟁’에서 연전연패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팽팽했던 국정화 찬반 공방은 서서히 반대여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라는 초대형 전선이 그어지면서 당의 내부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벌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등 이념 공방마다 수세에 몰려 위기를 자초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25일에도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함께 교과서 국정화 반대 홍보를 위한 ‘진실과 거짓 체험관’ 개관 행사를 가졌다. 문 대표는 청와대 5자 회동을 들어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들은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며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심에서 무죄 확정된 부림사건 관계자, 그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사들을 빨갱이라며 빨갛다고 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처럼 새빨간 색안경을 단체로 끼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국정화) 방침을 철회하고 경제 살리기와 민생 살리기로 돌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쏟으면서도 ‘전면’ 장외투쟁이나 예산안 연계,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거부 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국회 보이콧’이라는 새누리당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일자리 복지 경제회생 청년예산은 절대로 볼모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박근혜정부 이후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과의 이념전쟁에서 항상 이기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는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 논란이 벌어지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 대선 이후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자 문 대표가 “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노무현정부 당시 대화록 초본이 삭제된 사실만 드러났다. 이후 검찰 수사,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고, 대화록 초본도 국가기록물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도 마찬가지다. 통합진보당은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선거연대 파트너였지만 이후 종북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해산됐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사실을 거론하며 새정치연합을 ‘종북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이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이념대립’이지만 이면에는 ‘교육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객관적 역사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계의 여론이 모두 국정 교과서 반대로 표출되면서 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도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정의당·천정배 의원과 ‘3자 연대’까지 꾸리면서 내년 총선 전 ‘야권통합’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NLL이나 통합진보당 논란은 북한에 대한 문제였던 반면 한국사 문제는 교육의 중립성과 객관성 훼손 여부가 문제이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교과서 문제가 총선·대선에서 여당을 압박하고, 야권통합의 구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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