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밀레니얼 孝세대… 가족과 친하고 性역할 개선, 부모보다 가족간병 헌신적

입력 2015-10-25 22:02 수정 2015-10-25 22:29

아픈 부모를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미국에서도 커다란 문제다. 노년층이 계속 늘고 있지만 의사와 간병인이 있는 시설에서 괜찮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극소수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어쩌면 그 고민을 ‘이기적인 세대’라고 알려졌던 밀레니얼 세대가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전후 출생한 18∼34세 연령층을 일컫는다. 컴퓨터를 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적 의무도 기피하는 세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WP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에 관한 한 그들의 생각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미국서 병치레를 하는 부모나 조부모를 돌보는 사람들 4명 중 1명은 밀레니얼 세대다. 숫자로는 950만명인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실례로 워싱턴DC에 살고 있는 제프리 겔만(30)은 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지난 3년간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다녀간 횟수가 24번에 달한다. 그는 WP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나를 키우면서 겪은 희생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WP는 형제자매가 적은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혼신을 다해 살아온 점을 크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세대는 부모나 조부모에 ‘반항하지 않고’ 격의 없이 마치 친구처럼 대하는 태도가 있어 이런 점도 이전 세대들에 비해 윗세대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 가족을 돌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고 지적했다. 매주 일요일 메릴랜드주 올니에서 근처의 할머니를 찾아 돌보고 있는 맥기 곤살레스(25)는 “할머니 때문에 토요일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즐길 수 없지만 가족을 돌보는 것과 친구들이랑 노는 걸 맞바꿀 순 없지 않으냐”며 “가족을 돌보는 것은 의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안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족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남다른 생각은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만약 부모가 어렵다면 경제적으로 도울 의무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는 86%가 ‘그렇다’고 한 반면 50∼65세는 72%, 65세 이상은 64%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성(性)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이 대거 병간호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디지털에 해박한 이 세대가 병간호와 관련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도 부모 돌보기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로 분석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