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확률로 치환되는 온라인 베팅 시장은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만큼 그 분석력과 적중률에서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참고지표를 제공한다. 때문에 베팅 사이트의 평가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향한 각 후보들의 현재 주가를 가늠하기도 한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의사 출신 벤 카슨 등 장외 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 경선 레이스지만 베팅 사이트들은 정작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힐러리 대항마’로 지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가 특단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베팅 업체들이 그간 가장 높이 평가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대신 루비오 의원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각종 베팅 사이트에 따르면 루비오 의원이 34%의 지명 가능성으로 23%로 폭락한 부시 전 주지사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선두인 트럼프는 17%로 평가됐으며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카슨은 9%에 그쳤다.
이는 장기적인 판세와 실제적 확률에 승부를 거는 베팅 업계의 특성에 기인한다. 공화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굴러온 돌’인 트럼프나 카슨은 최근 몇 달간의 돌풍에도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공화당 주류로부터 ‘우리 식구’로 취급받는 부시 전 주지사는 반등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줄곧 선두를 달려왔지만 최근 캠프 조직과 선거자금을 축소하겠다는 발표 등에 큰 타격을 입고 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루비오 의원은 낙마 직전인 부시 전 주지사의 몰락에 대한 반대급부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출신의 주류 보수로 당내 지지세가 탄탄하고, 히스패닉 계층의 인기가 높아 가장 가능성 높은 ‘대체재’로 여겨지고 있다.
최대 아킬레스건인 ‘벵가지 특위’를 정면 돌파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순항하는 상황도 공화당에는 커다란 압박이다. 클린턴 전 장관의 민주당 내 지명 가능성은 83%로 폭등했고 대선 당선자 예측에서도 54%를 획득, 공화당 선두인 루비오 전 의원을 40% 포인트 이상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AP통신은 24일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 경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화당 일부에서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한 조직적인 캠페인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당내 주류의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발언과 독설로 여성과 소수인종, 히스패닉계로부터 공화당의 지지율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와 견제를 반영하듯 트럼프는 최근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카슨에게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애초에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치부했던 트럼프지만 혹시 이대로 몰락할 경우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루비오 띄우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루비오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쟁취한다면 이후 돈과 당내 지원이 루비오에 몰려 손쉽게 경선을 제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힐러리 vs 트럼프 대결’ 가장 싫은 건 공화당
입력 2015-10-25 22:00 수정 2015-10-25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