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90일… 국민은 신물] 여론전 나선 동주… ‘辛의 전쟁’ 2R 갈수록 진흙탕

입력 2015-10-25 19:51
신동주 전 부회장
지난 21일 극비리에 입국했던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24일 굳은 표정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표면화된 지 90일을 맞았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차남의 한·일 동시 경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했던 형제 간 다툼은 장남의 지난 8일 기자회견 이후 ‘진흙탕싸움’으로 변했다. 최근 신동주(사진)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직접 대언론 여론전을 활발히 펼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양측이 진흙탕싸움의 농도를 높이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민낯을 드러내는 동안 롯데그룹 임직원 및 국민들의 롯데에 대한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진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25일로 90일을 맞았다.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통해 상황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은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한 번 더 승리하며 주도권을 쥐었으나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재계에서는 양측의 다툼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 상황은 법정 공방에 앞선 여론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전 양상은 신 전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 선전포고를 하는 등 언론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을 통해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공개한 데 이어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 등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본인 역시 21일부터 언론사를 돌며 각종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불거진 1라운드 상황과 거리가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최초 인터뷰를 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일부 방송사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언론 노출을 꺼렸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일본어 인터뷰가 논란이 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 8일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이를 의식한 듯 통역에 나선 조문현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일본어 노출을 자제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 역시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의 중국에서의 부동산 투자 손실 등 경영 실패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반대로 신 전 부회장의 일본에서의 투자 손실을 제기하고 있다. 한·일 롯데를 일군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둘러싼 공방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신 총괄회장은 집무실 관할을 놓고 양측이 대립하는 동안 열흘 정도 경영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기반이 있는 일본을 떠나 한국에서 아버지를 지렛대 삼아 여론전을 하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지지를 받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다툼이 길어질수록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신규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현길 기자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