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애프터’ 내놓은 연출가 이경성씨 “타인의 고통, 우리의 고통으로 느껴야 한다”

입력 2015-10-25 19:42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는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일 뿐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의미화 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격 또는 인격이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연극연출가 이경성(32·사진)이 세월호를 소재로 한 신작 ‘비포 애프터’를 지난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11월 7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경계로 달라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경성은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연극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우들과 함께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한 뒤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켜 나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번 작품에 대해서 그는 “세월호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문제가 담겨 있어서 피할 수가 없었다”며 “상상 이상으로 너무 거대한 문제라 우회적으로 다루려고도 했지만 결국은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와 관련된 온갖 이슈를 다 제쳐두고 남은 것에 대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라며 “사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에 그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바라보고 느껴야 한다. ‘비포 애프터’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연습을 하는 연극”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봄 대학로에서 세월호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 형식의 전시 ‘그녀를 말해요’도 기획 중이다.

이경성은 2008년 서울변방연극제에서 ‘산초의 꿈’으로 데뷔한 뒤, 2010년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2014년 ‘몇 가지 방식의 대화’ 등 스토리 위주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연극을 다수 발표했으며 퍼포먼스 형식의 전시도 개최했다.

그는 최근 서울변방연극제의 제3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서울변방연극제는 새로운 무대미학과 다원예술로서의 미학실험은 물론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는 “변방연극제가 이제는 2년에 한 번 여는 비엔날레로 개최될 예정”이라며 “프로그래밍과 예산에 신경을 많이 써서 젊은 연극인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