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간다” 일찌감치 짐 꾸리는 청와대 ‘입’들… 전·현 정부 대변인 출신 출사표

입력 2015-10-25 21:19

청와대 대변인 출신 인사들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한때 ‘대통령의 입’이었던 이들의 과거가 선거에서 후광효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표를 깎아먹는 꼬리표로 남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난 민경욱 전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에서 출마할 뜻을 굳혔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간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에 따라 분구 가능성이 큰 연수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박근혜정부 초대 대변인을 지낸 김행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도 서울 지역 출마설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시모상을 치렀는데, 우연히 언론사 정치부장 상가와 같은 병원에 빈소가 마련돼 정계 인사들이 대거 조문을 갔다고 한다. 그는 최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갑 출마를 고심 중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 이 지역엔 이명박정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현역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의 대변인들이 공천장을 따내려고 맞붙게 되는 셈이다. 지난 19일 제주도 정무부지사직을 내려놓은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도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노무현정부 인사 중에선 정책조정비서관과 대변인 등을 지낸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을 지역위원장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린다. 정 위원장은 지난 4·29 보궐선거에서 여권 불모지로 꼽히는 관악을에 출마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패했다. 역시 ‘노무현 청와대’의 대변인을 지낸 김종민 전 충남부지사도 논산·계룡·금산에서 표심을 다지고 있다. 경쟁자는 6선인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다. 지난 총선 때 김 전 부지사는 39.85%의 득표율을 기록해 이 의원(42.36%)에게 패했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는 수도권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를 경험하며 쌓은 인지도와 소통능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대변했던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약이자 독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5일 “가장 중요한 건 인물 경쟁력이겠지만, 이들의 총선 성적표를 보면 역대 정부에 대한 민심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