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인사들 잇단 방북… 남북관계 개선 촉진제 역할

입력 2015-10-25 21:08

8·25 남북합의에 따른 이산가족상봉으로 남북관계 경색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등 종교계 인사들의 방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터 남북관계 개선의 촉진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 및 세계교회 지도자 12명은 ‘한반도 평화통일 개발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컬 포럼’ 실행위원회를 갖기 위해 23일 평양에 도착했다. 이 포럼은 2006년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한의 개발협력을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을 주축으로 만든 조직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등도 협력하고 있다. WCC와 NCCK, 조그련은 2013년 제10차 WCC 부산총회에서 세계교회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한 데 따라 지난해 스위스에서 모임을 갖고 이번 회의의 평양 개최 등을 추진해왔다.

방북단에는 WCC 장상 공동의장과 피터 프루브 국제위원회 국장, NCCK 김영주 총무와 신승민 정의평화위원회 국장이 참여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일 개신교선교연대(EMS) 루츠 드레셔 동아시아협력국장과 박경서 전 유엔인권대사도 동행했다. 이들은 26일부터 사흘간 본격적인 회의를 열고 NCCK와 조그련, WCC 차원의 협력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NCCK 관계자는 “세계교회가 북한교회와 연대하고 북한 사회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방북단은 25일 봉수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뒤 평양신학원을 방문했으며 30일 평양을 떠난다.

다음달에는 남북한 종교인들의 대규모 모임도 이뤄진다. 남측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다음달 9∼10일 금강산에서 ‘남북종교인모임’을 갖는다. NCCK 김 총무,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승려 등 7개 종단 대표와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방북한다. 현 정권 들어서 처음으로 범종교계 인사들이 대규모로 방북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KCRP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지난달 개성 실무회의에서 최종 일정에 합의했다”며 “모임을 가진 뒤 남북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결의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앞장서온 기독 NCO 유진벨재단도 스테판 린턴(한국명 인세반) 회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치료팀과 건축팀이 이달 중순부터 평양에 머물며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치료팀은 평양과 개성 등에 설치한 12개 다제내성결핵센터를 찾아가 환자 1200여명의 상태를 점검하고 6개월분의 다제내성 결핵약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건축팀은 이들 환자를 위한 조립식 병동 7동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 3주간의 일정을 마친 뒤 돌아올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