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7회 사순아카데미콘테스트에서 한국인 최초로 본상을 수상한 ‘헤어 현태양’ 대표 현태양(41·본명 김재성·새에덴교회) 집사.
그는 원래 화가나 음악가,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남자는 공대에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교육철학을 거부할 수 없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조선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학과는 아니었지만 그는 현실에 충실했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교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어린시절 꿈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친구의 ‘여친’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한 번 간 것이 삶을 바꾼 것이다.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 은빛 가위와 향긋한 샴푸가 대학 3년생의 심장을 마구 뛰게 했다. 당시엔 그냥 한 번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것이 평생의 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일은 1년 후에 터졌다. 일본 유학중이던 둘째 형과 어머니가 그만 미용실에 왔다가 가위를 들고 있는 아들과 맞닥뜨린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가족을 대할 때마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짧고도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교육자 집안 출신의 어머니가 그의 ‘당돌한 선택’을 허락한 것이었다. “그렇게 좋다면 맘대로 해라. 단,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한 미용사가 돼야 한다.”
허락을 받자마자 미용사 자격증을 딴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 그리고 겉멋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교회는 다녔지만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터라 더욱 중심이 없었다. 10년 동안 그는 세상적인 온갖 유혹과 허랑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살았다. 적어도 아내 김택순(38) 집사를 만나기까지 그리 살았다.
2005년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죽전로에 현재의 미용실을 오픈 했다. 당시 새에덴교회도 신축 중이었다. 한데 개점 감사예배만 드리고 말 생각으로 교회를 찾은 것이 현 집사의 삶을 180도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개업 한 달 후였어요. 직원들 월급을 줘야하는데, 통장엔 달랑 100만원 정도밖에 없었어요. 그날 밤 아내와 눈물로 기도를 드리고 모두 헌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 3일 후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어요. 손님들이 복도에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해 12월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체험도 했다. 7년 동안 피부과를 다니며 온갖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던 열손가락 짓무름 현상이 2주 만에 거짓말처럼 깨끗이 나은 것이었다. 머리를 하러 온 새에덴교회 전금성(78) 권사의 인도로 매일 새벽기도에 참석한 결과였다.
2006년 8월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장년여름수련회에서는 하루에 두 갑 이상 피우던 담배도 뚝 끊었다. 그해 송구영신예배 때에는 한 번 시작하면 소주 5병을 비워야 직성이 풀리던 알코올 중독과도 이별할 수 있었다. 2007년 1월 1일 오전 예배가 끝난 뒤에는 방언을 받는 은혜도 받게 됐다.
사순아카데미콘테스트 본상 영예. 그는 “방탕한 나를 손잡아 주신 두렵고 떨리는 상”이라고 말했다. 사순아카데미콘테스트는 영국 권위의 사순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행사로 매년 9월 300여명이 참여하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다.
그는 오는 12월에는 ‘헤어 현태양’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8년 전 방언을 할 때 139개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왜 139개인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15년 목표인데, 이제 4호점이니 앞으로 135개 남은 거지요. 저는 청지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매출 기준으로 십일조를 드려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기흥구 죽전로 센타프라자 2층 201호. 70대 후반의 한 할머니 손님이 미용실을 찾았다. 인터뷰 중이던 현 대표는 앉은 채로 가벼운 눈인사로 아는 체를 했다.
“아, 저 분이 바로 제 손가락 짓무름을 낫게 해주신 분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되게 하소서’를 쓰신 정금성 권사님요. 소강석 목사님 장모님이시죠.”
아직 10세도 안된 1녀 2남을 둔 현 대표의 가훈은 ‘하나님께, 목사님께, 부모님께 100% 순종하기’다.
용인=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미션&피플] 한국인 첫 ‘사순아카데미 본상’ 수상 현태양 대표
입력 2015-10-25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