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세계경제포럼, 한국이 우간다보다 국가경쟁력 낮다는데… ‘단순비교’ 아닌 ‘왜?’에 초점

입력 2015-10-26 20:06
사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지수 조사에서 한국의 금융산업이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온 지는 이미 여러 해 됐다. 이번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언급하면서 크게 회자됐을 뿐이다.

WEF 국가경쟁력 지수는 모두 12가지 분야 11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표 참조).

표에서 한국의 순위가 우간다보다 아래에 있는 항목은 회색으로 구분해 놓았다. 114가지 항목 중에서 23개가 회색이다. 금융시장에선 8개 항목 중 5개가 우간다에 뒤처졌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가경쟁력을 측정할 때 WEF는 각국의 통계 수치와 함께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한다. 설문 결과는 7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객관적인 지표와 주관적인 평가를 합쳐서 계산한다. WEF의 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로 스위스 국립과학대 교수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세계 134개 국가(엄밀히 말하면 홍콩 등 독립국가가 아닌 곳도 있어서 ‘경제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에서 1만4762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100명이 설문에 응했다. 주로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금융회사의 간부들이 설문 대상이다. 전체 경쟁력 지수에서 설문조사 비중이 80%가 넘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조사 방식이 설문조사 위주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고객)만족도 조사의 성격이 높지, 국가 간 경쟁력 비교 잣대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의미가 있다. 세계의 경제인에게 한국이 어떻게 비치는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세부적인 평가에서 한국의 점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며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노동 분야에서도 우간다보다 많이 뒤처진 나라로 표시됐다. 10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한국의 순위가 처졌는데, 그중에는 여성의 취업률처럼 명확한 수치로 표시되는 항목도 있다. 한국의 여성 취업률은 남성의 73%에 불과한데, 우간다는 무려 96%로 세계 9위다. 노사 간 협력에서 한국은 132위로 전체 항목 중에서 가장 순위가 낮다.

노동 관련 항목을 들여다보면 WEF가 어떤 관점에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노동 분야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이라든지, 실직자를 위한 안전장치라든지 동일 노동자의 임금격차 같은 노동계의 이슈는 빠져 있다. 대신 고용하고 해고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정리해고하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임금은 회사가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WEF에서 높은 순위에 들었다고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WEF가 보기에 한국에서 개혁이 시급한 분야는 금융만이 아니었다. 가장 많은 21개 항목이 있는 제도(Institutions) 분야에서 한국은 모두 6개 항목이 우간다보다 뒤처졌다. 정부 정책 결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잘못된 규제를 해결하는 법적인 절차는 효율적인지 묻는 항목에서 한국은 줄줄이 우간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 분야의 개혁을 외쳤던 정치권에 민망하게도, 한국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7점 만점에 2.5점이었다. 2.6점을 받은 우간다 정치인보다 낮은 점수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항목에서 한국은 세계 120위였다. 우간다(53위)보다 한참 뒤처졌다. 이 항목도 설문조사로 평가하는데, “당신의 나라에서는 기업경영이 투자자와 경영진에게 얼마나 책임 있게 이뤄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1점부터 7점까지 매기게 했다. 한국은 4.1점이었는데, 우간다는 4.9점이었다. 각국의 설문참가자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점수를 줬는지 명확하지 않아 수치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공적인 역할에서 윤리적으로 행동하느냐”를 묻는 항목에서도 한국은 우간다에 뒤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