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손 제비’(미용실 제비), ‘망치 제비’(철물점 제비), ‘씨앗 제비’(종묘상 제비)….
거주자 이름이 새겨진 가정집 문패나 가게 상호 옆에 ‘처마 밑 가족’ 제비의 명패가 나란히 걸린다. 슬로시티제천수산협의회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주택과 상점 등 제비집이 있는 60여곳에 제비 이름을 적은 문패를 달아주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제비 이름은 공모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로 지었다. 이발소 제비는 ‘삭발 제비’, 미장원은 ‘멋 제비’, 전파사는 ‘짜릿 제비’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다방 제비는 ‘씁쓸 제비’란 이름이 붙었다. 슬로시티 사무실 제비는 ‘일 좀 하지 제비’란 이름을 얻었다.
수산면은 해마다 봄이 되면 요즘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제비가 유난히 많이 날아온다. 면사무소 인근 지역에만 100개 정도의 제비집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역에 제비가 날아오는 것은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농약을 덜 쓰는 친환경 농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시티협의회 관계자는 “이색 작명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제비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보자는 뜻으로 마련했다”며 “제비 이름 대부분은 주민들이 제비집이 있는 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붙였다”고 말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가위손 제비·멋 제비… 제천에 ‘제비집 문패’ 등장
입력 2015-10-25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