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축구 동호회 FC R.T.N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오세원(36) 씨. 그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축구 동호회에서 수비수로 뛰고 있는 그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동영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따라하는 게 고작이었다. “축구를 제대로 배워 제대로 하고 싶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죠. 동호회 동료들도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눈이 번쩍 띄는 걸 찾았습니다.”
오씨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은 ‘FC 서울 작전타임’이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 서울이 운영하는 성인 축구 전문 레슨 프로그램 ‘FC 서울 작전타임’이 축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강남 잠실어울림구장. FC R.T.N과 청담 FC 선수 20여 명이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스피드 업 시키세요. 볼은 자기가 원하고 곳에 둬야 합니다. 그리고 볼을 다룰 때 자신감을 가지고 다루세요.” 선수들은 코치의 지시에 따라 드리블과 공간 침투 훈련을 받고 있었다. 1차 훈련이 끝난 뒤엔 작전판을 세워 놓고 전술을 설명하는 코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코치의 설명에 감탄한 선수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오씨는 ‘FC서울 작전타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수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덩달아 팀 전력도 크게 강화됐고요. 클리닉에 참가하기 전엔 그야말로 동네축구 수준이었는데, 이제 제대로 된 축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배운 전술이 실전에서 통할 땐 정말 짜릿하죠.”
FC 서울 홍보팀의 안석일(30) 씨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FC 서울 작전타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유소년 축구교실이 활성화돼 어린이들은 쉽게 축구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구 클리닉을 찾아보긴 어려워요. 프로구단이 이런 규모의 성인 축구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곁에 있던 지원우(38) 수석코치도 한마디 거들었다. “성인 축구 동호인들의 갈증을 해갈시켜 주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동호회 실력에 맞는 지도로 동호인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죠. 동호인들이 축구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요.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지 수석코치에 따르면 성인들은 어린이들에 비해 기량 향상이 더디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채 경기만 하니 잘못된 동작이 몸에 배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성인들은 어린이들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전술 이해도는 높은 편이다. 또 축구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의욕적이다.
체계적인 훈련과 경기장 및 상대팀 섭외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것이 ‘FC 서울 작전타임’의 특징이다. 코치들은 전원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고교 팀까지 지도할 수 있다. 코치들은 클리닉에 참가한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후 ‘맞춤 지도’를 한다.
‘FC 서울 작전타임’은 동호인들이 편하게 클리닉을 받을 수 있도록 주말반과 평일 저녁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2개 팀씩 최대 20여명까지 훈련에 참가할 수 있다. 클리닉은 주 1회 4주 코스로 진행된다. 1주차에는 동회회의 수준을 파악해 훈련 난이도를 설정한다. 2주차엔 전략을 수립하고 학습한다. 3, 4주차엔 전략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매 클리닉마다 공격, 수비, 소유, 압박이란 주제로 개인과 팀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한다. 실전에 필요한 기술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FC 서울 어린이 축구교실 FOS(Future of FC서울)이 있기에 동호인들은 저렴한 비용(클리닉 1회에 16만원)으로 수준 높은 훈련을 받을 수 있다. FC 서울 유소년 지도자들은 워밍업, 개인기술, 코디네이션, 경기, 정리운동의 5단계로 진행되는 클리닉에서 세심한 지도로 동호인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다. ‘FC 서울 작전타임’의 인기가 높다 보니 올 연말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FC 서울은 내년 이 클리닉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동네축구 하던 어른들 전술 배우며 실력 ‘쑥’
입력 2015-10-26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