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제18기 5중전회(中全會)가 오늘 개막된다. 공산당이 국정 전반을 장악하는 ‘당국가(黨國家)’인 중국에서 당 대회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다. 세계 각국이 매년 가을 베이징 정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5중전회를 계기로 집권 3년을 맞은 시진핑 체제의 대내외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중, 북·중,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한 발 앞서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내적으로 초강경 기조의 반부패 정책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주도한 전방위 사정 정책은 의법치국(依法治國), 당·정·군 기강 확립이란 성과는 있었지만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초래했다. 또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구속은 사회정의 구현이란 대‘인민’ 홍보에도 불구하고 권력투쟁 양상을 보였다.
당국가의 경직된 권력구조를 보완하는 것이 ‘집단지도체제’인데 최근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그런 장점이 크게 약화된 것 같다. 과도한 권력 집중은 결국 시 주석 자신을 구속할 것이다. 유년기부터 권력의 속성을 몸소 체험했던 그가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대외적으로 공세적 외교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이미 국가 부주석 시절부터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수립에 골몰했으며 이는 결국 대미 외교의 기조가 되었다. 부상한 중국이 새로운 중·미 관계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수용할 의사가 없으며 동아시아의 기득권 수호에 더 집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은 우경화된 일본 아베 정부를 내세워 대중 견제의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영유권 분규 중인 남중국해 도서에 군사시설을 확장하면서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이 강조해 온 평화, 상생의 정신에 위배되며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재조정과 새로운 의미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이미 전략적 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한마디로 무시와 방치에 가까웠다. 물론 이는 북한을 포기하는 게 결코 아니며 동맹 관계와 정상 관계를 양극단으로 한 범위 내에서 사안별 좌표와 정책 수위를 결정하는 ‘선택적 균형 전략’의 일환이다. 그동안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시 주석의 강한 거부감 때문에 ‘특혜’ 없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을 뿐이다. 이는 북한을 길들이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내부적으로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축전에서 ‘김일성’ 주석까지 거명하며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대를 이은 우의’를 강조하고 심지어 ‘조선식 사회주의의 성공’을 축원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중국과의 평화통일 논의를 암시한 시점에서 다소 당황스럽지만 차제에 우리의 고질적인 ‘희망적 사고’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이처럼 시진핑은 5중전회를 계기로 지난 3년의 대내외 정책을 검토 조정할 것이다. 이는 결국 2017년 제19차 전국당대표대회에서 출범할 제2기 집권을 의식한 장기적 포석이다. 중국의 일거일동이 한반도 평화·안정·통일과 연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다만 통일 문제를 긴 안목으로 보다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진정 염원하는 것과 자기 희망적으로 통일을 사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과도한 희망이 때론 독이 된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한반도포커스-문흥호] 시진핑, 대내외정책 조정할 듯
입력 2015-10-25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