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 퍼거슨을 현시대 최고의 경제사학자 중 한 명으로 꼽는 데는 이의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이며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서부 스탠퍼드대 연구원이다. 책만 쓰면 전세계에 번역되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 그의 세계경제사 책 ‘금융의 지배’는 영국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KBS도 ‘돈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 지난달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전기를 펴냈는데, 키신저가 직접 자신의 전기를 쓸 사람으로 퍼거슨을 지목했다.
하지만 퍼거슨을 100% 동의하는 역사학자는 거의 없다. 퍼거슨에 따르면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한 결정적 이유는 북부연방군이 발행한 화폐가 남부 화폐보다 복제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르네상스운동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아시아의 수학을 응용해 부를 쌓은 덕분이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소비와 생산을 분담한 하나의 경제체제라며 ‘차이메리카’라고 부르자고도 했다. ‘시빌라이제이션’(2011)에서는 서양이 지난 500년간 경쟁·의학·과학·재산권·소비·직업 등의 문명을 먼저 갖춰 세계를 지배했다며 제국주의를 정당화해 논란을 빚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정부개입을 반대하면서 잘못된 자료를 인용해 망신을 샀다. “케인스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자식이 없어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사과한 경력도 있다.
이런 숱한 해프닝 가운데서도 그의 인기는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견해에 당당한 만큼 반대자와의 토론도 즐기고, 자신의 실수는 과감하게 인정할 줄 안다. 오히려 퍼거슨이 자신의 견해만 바른 역사관이라거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외면당했을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역사학에서는 반론과 실수를 인정할 때 존경과 권위가 더 커진다.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한마당-김지방] 경제의 역사
입력 2015-10-25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