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A씨(59)는 23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29층에 있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화들짝 놀랐다. 부인 B씨(54)가 안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A씨는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사업을 하던 그는 지난 6월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퇴행하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마지막에는 폐 운동이 멈추고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A씨는 하던 일을 접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B씨는 이런 남편을 간병하면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인의 시신을 발견한 직후 A씨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119에 전화해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말한 뒤 그는 오후 3시30분쯤 29층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다.
경찰은 우울증을 앓던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A씨가 이를 비관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입장을 밝혀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타워팰리스 부부의 비극… 우울증 부인 목매 숨진 뒤 루게릭병 남편 투신 사망
입력 2015-10-2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