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선(33)은 최근 한국 현대무용계가 주목하는 젊은 안무가다. 프랑스 엠마뉴엘 갓 컴퍼니에서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가 지난 21∼22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광주시립발레단과 신작 ‘불안한 축(사진)’을 선보였다.
‘불안한 축’은 그가 국내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춤꾼들이 모였다는 LDP에서 공연했던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움직임이 덜 격렬했다. 클래식한 발레를 주로 한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로서는 쉽지 않았던 듯 자잘한 실수도 있었다.
‘불안한 축’은 지난해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신순주 감독이 야심 차게 내놓은 모던발레 프로젝트의 하나다. 광주시립발레단은 루마니아 출신 발레 마스터 플로린 브린두사가 재안무한 ‘천학의 비상’을 함께 무대에 올렸다. 두 작품에는 시립발레단 무용수 외에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스타 안남근과 윤전일이 각각 출연했다.
기존 패턴과 다른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고 스타를 기용한 광주시립발레단의 이번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단원 평균 연령이 30대 말로 ‘고령화’된 광주시립발레단에서 격렬한 움직임이 수반되는 작품을 젊은 게스트 무용수들 없이 앞으로도 계속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국내 무용계에서 도·시립 등 지역 공공 직업 무용단의 작품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해왔다. 전국에 22개(국립 제외)가 있지만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거의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공공 무용단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음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춤비평가협회 주최로 ‘한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지역 공공 직업 무용단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단원들의 긴 근속기간이다. 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신체 구조상 무용수는 40세가 넘으면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역 공공 무용단의 경우 현재 정년이 55세이며, 내년부터는 60세로 늘어난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오페라발레 단원 정년이 42세이고, 현대무용이 중심인 지역 공공 무용단 CCN(국립안무센터)은 정년 없는 시즌 계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지역 공공 무용단이 고령화 된 데에는 퇴직 후 직업전환이 어려운 단원들이 퇴직을 꺼리는 탓이 크다. 이로 인해 젊은 무용수들은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파리오페라발레 단원들의 경우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 있고, 현대무용 분야에선 연간 연습과 본 공연 일수가 총 5개월을 넘으면 일이 없는 기간에 실업수당을 받는 ‘앙떼르미땅’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복지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무용단원 고령화를 이들의 잘못만으로 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으면 공공 무용단의 미래는 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광주=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내년 정년 60세로… 도·시립 무용단도 고령화 비상
입력 2015-10-25 19:22 수정 2015-10-2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