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 상공을 부옇게 뒤덮고 있다.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전형적 가을 날씨 탓에 공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대기 중에 쌓여 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짙어지기 시작한 미세먼지는 지난 21일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치를 찍었다. 이번 주말에 비가 내리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집계한 23일 오후 3시 기준 미세먼지(PM10) 농도(㎍/㎥)는 광주 100, 전북 89, 대전 86, 경북 84, 대구 82 등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했다. 지름이 2.5㎛ 이하로 호흡기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도 광주 75, 전북 65, 대전 58, 경북 57, 전남 56, 대구 53 등으로 ‘나쁨’이었다.
◇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국립환경과학원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자동차, 공장,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가스나 연기가 주범이다. 최근에는 난방을 시작한 중국 북동부로부터 미세먼지가 넘어오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에 발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돌지 않아 미세먼지 상황이 더 나빠졌다.
미세먼지는 주말을 기점으로 한풀 꺾일 예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4일쯤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 적은 양이지만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압 배치에 영향을 주고 공기 순환을 통해 미세먼지를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날씨가 더 추워지면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기압골을 통과할 때 바람이 불면서 미세먼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27일쯤 한 차례 비가 오고 나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려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거나 아예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은 “문을 닫아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하고 가습기 등으로 실내습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외출할 땐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쓰고, 콘택트렌즈 착용은 피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고 포장되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는 물에 담가뒀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먹어야 한다.
◇중국과 대기오염 정보 공유 ‘한계’=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환경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중국 74개 도시와 대기오염 측정 자료를 공유하고, 한·중 공동연구단을 구성해 대기오염 발생 원인을 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35개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관찰한다. 그러나 정보를 직접 받는 게 아니다. 중국 정부 산하의 국가모니터링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중·일 3국 간 미세먼지 예보나 측정 시스템이 달라 정확한 기준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미세먼지 측정 자료를 곧바로 주고받는 전용선(FTP)을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보안 문제 등 기술적 부분은 합의를 끝냈고 다음 달 초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양해각서에 서명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홍석호 박세환 기자 will@kmib.co.kr
숨막혔던 ‘미세먼지’… 10월 24일 비에 씻긴다
입력 2015-10-23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