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맷집에 부러진 화살… 벵가지 피습 특위 청문회, 공화당 공격에도 침착하게 잘 막아내 ‘선방’

입력 2015-10-23 19:23 수정 2015-10-23 21:20
22일(현지시간) 열린 미 하원 '벵가지 특별위원회' 청문회 도중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독특한 포즈를 취하자 방청객들이 폭소를 터트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공화당 의원들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 수십발의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이를 비켜났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하원에서 열린 ‘벵가지 사건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트레이 가우디)’ 청문회의 풍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의 발목을 잡아 온 ‘벵가지 스캔들’이 사실상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정리돼 그녀의 대선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타임스까지 트위터에서 “클린턴이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2016년 대선 전망이 밝아졌다”고 평했다.

AP통신 등은 공화당 의원들이 2012년 9월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미국영사관 피습사건 대응을 놓고 클린턴 전 장관의 책임을 11시간 동안 추궁했으나 새로운 사실을 거의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사전에 벵가지 영사관의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도 묵살했는지 여부, 미군이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추지 못한 이유, 사건의 성격이 조직적인 테러행위였음에도 초기에 이를 자발적 시위대의 공격이라고 규정한 배경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국무장관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늑장 대응을 했거나 지원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청문회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치부돼온 ‘이메일 스캔들’과 연계시켜 공세를 이어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업무 대부분을 이메일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국무부 고위 관리들과 무수한 회의를 갖고 백악관을 수시로 오갔으며 보안전화를 사용하고 방대한 규모의 전문과 비밀로 분류된 정보들을 읽어야 했다”고 말하고는 “심지어 국무장관 집무실에 컴퓨터 하나 갖다 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대선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주(州) 유권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이 아이오와에서 처음으로 트럼프를 추월했다는 미 퀴니피액대학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 올라온 한 지지자의 부적절한 글을 리트윗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문제의 글은 아이오와 유권자들이 몬산토산 유전자변형(GMO) 옥수수를 너무 많이 먹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카슨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는 관련 글을 삭제하고 캠프의 인턴 직원이 실수로 리트윗했다고 변명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