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인구조사 기원은 고대 바빌로니아(BC 3600년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빌로니아가 인구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기록에 있다. 한데 그 내용은 없다. 실제 결과까지 전해지는 건 로마제국의 인구조사다. 당시 과세와 징병을 목적으로 시민의 수와 재산을 조사했다. 특히 BC 435년부터는 전 로마제국에 걸쳐 라틴어로 켄소르(Censor)라고 불리던 감찰관들에 의해 인구조사가 실시됐다. 오늘날 전수조사를 뜻하는 센서스(Census)는 이 켄소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조사는 삼한시대부터 시작돼 삼국시대, 고려·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호구(戶口)조사라는 이름으로 실시돼 왔다. 고려시대까지는 호구조사가 이뤄졌다는 기록만 있다. 조사 내용까지 남아 있는 건 조선시대부터다. 태종 때 전국 가구 수와 만 16세 이상 남자 인구를 조사해 호패법 시행 등 정책에 활용했다는 게 태종실록에 기술돼 있다.
근대적 기법을 갖춘 인구총조사는 1925년 처음 실시됐다. 이어 5년마다 18차례 진행됐다. 주택에 관한 조사가 함께 시행된 건 1960년, 인터넷조사 방식이 도입된 것은 2005년이다. 19회째인 올해 인구주택총조사가 24일 시작된다. 이날부터 31일까지는 인터넷조사,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본조사(인터넷조사 불참 가구 대상 방문조사)가 이어진다.
그런데 응답률이 갈수록 떨어짐에 따라 올해 조사방식이 90년 만에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전수조사(성별·연령 등 기본조사)와 표본조사(아동보육 등 심층조사)를 한다. 이 중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가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집집마다 조사원이 방문하는 대신 주민등록부 등 24종의 행정자료를 활용해 파악하는 방식이다. 대신 표본조사(인터넷+방문조사) 규모는 종전 10%에서 20%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 20%인 360만 표본가구만 조사를 받는다.
표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국가 주요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본통계를 생산하는 데 있어 ‘국민 대표’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확한 응답이 요구되므로 다소 귀찮더라도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90년 만에 확 바뀐 인구센서스
입력 2015-10-23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