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상 프로젝트는 호흡 길게 갖고 준비해야

입력 2015-10-23 17:49
정부가 2025년까지 세계 톱클래스 연구자 1000명을 양성하고 세계 1등 기술 10개를 창출하겠다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초연구·소재 기술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매년 30대 안팎의 기초연구자 100명을 선발해 5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넥스트 디케이드 100’ 사업도 함께한다. 사실상 노벨상 프로젝트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해내는 중국·일본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기초과학계 현실은 안타깝다. 우리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5%(16조9000억원·2013년 기준)로 세계 2위다. 노벨상 수상을 바라면서 기초과학연구원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작금의 과학계는 참혹하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정부가 사업을 발주하고, 관료들이 배분해주는 연구비 따기에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니 연구 과제를 스스로 설정하는 능력도, 창의적 독창성도, 자율성도 실종됐다고 비판받아온 지 오래됐다. 이런 풍토가 조성된 데 대해 우선 과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정부의 반짝 행정, 보여주기식 정책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정책의 방향이나 취지가 맞긴 하지만 비슷한 정책은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다. 게다가 ‘창조’라는 용어를 붙여 대통령 보고 형식으로 발표하는 정책이 얼마나 생명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몇 년 안에 어떤 성과를 얻겠다는 식의 관주도형 과학 정책이 정권이 바뀌고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용두사미가 되는 사례를 숱하게 보아 왔다.

기초과학의 성과는 과학자들 중심으로 자율적, 독창적으로 추진해야 축적이 이뤄지면서 빛이 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화려한 구호와 거창한 계획을 내세우며 지원금을 나눠주는 획일적인 방식으로는 노벨상 꿈이 이뤄지기 어렵다. 과학계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북돋아 주고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을 더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