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경찰청은 23일 조희팔 일당의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설계한 혐의(사기 등) 등으로 수배 7년 만에 붙잡힌 배상혁(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일당의 다단계 시스템 설계자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까지 내려진 배씨는 지난 7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족들과 빈번하게 접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2일 경북 구미에서 붙잡힌 배씨가 그동안 서울, 대전, 경북 경주·경산·구미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1억원 정도를 도피자금으로 사용했다고 23일 밝혔다. 배씨는 원룸을 구하거나 친척집 등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살고 있는 아내 A씨와 수시로 접촉해 추가로 생활비를 받아 사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A씨는 배씨의 아내이자 조희팔 사건의 핵심 인물인 강태용씨의 여동생이다.
검거 당시 배씨는 월세 35만원짜리 낡은 임대 아파트(49.5㎡)에 혼자 거주했지만 고급 차량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배씨의 아파트와 차량 명의가 각각 달라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배씨의 아파트에서 낚시, 캠핑 장비가 많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배씨가 그동안 검문검색 등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전국을 다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중요 수배자인 핵심 관계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자 검거나 동향 파악에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부산을 떤다는 것이다.
경찰은 심지어 지난 19일 배씨의 국내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생존 징후도 없어 밀항 가능성이 크다며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A씨를 월·분기별로 접촉해 조사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배씨는 2008년 10월 31일 경찰이 조씨의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를 압수수색한 이후 강씨 등 조씨 일당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 다단계업체 전산실장이었던 배씨는 2008년 11월 국내에 수배됐다. 경찰은 2008년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 압수수색 직전 전산기록 일부가 삭제된 게 배씨의 소행인지 추궁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조희팔 사기 설계자’ 안 잡았나 못 잡았나
입력 2015-10-23 21:02 수정 2015-10-2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