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양 덕 깜짝 성장… 수출 부진탓 ‘반짝’ 그치나

입력 2015-10-23 21:48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소비 진작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 탈피 등으로 인해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은 일시적인 데다 수출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반짝 성장의 약효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3분기 성장에는 전분기 악재에 대한 기저효과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부양책, 부동산 경기 상승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에 발생한 메르스 악영향에서 점차 벗어난 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상승 동력을 얻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농림어업 부문이 2분기 -12.2%에서 3분기 6.5%로 급반등했다. 2분기 가뭄의 피해에서 벗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추경예산이 본격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풀리면서 부동산 경기는 날개를 달았다. 건설투자는 2분기 1.6%에서 3분기 4.5%로 3배 가까이 늘었고 건설업도 전분기 0% 성장에서 5.3%나 뛰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기조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정부의 부양 효과를 제외하면 생산 수출 소비 등 경제 활동의 주요 부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선 경기의 기초체력으로 불리는 제조업 생산은 3분기 0.1% 성장에 그쳐 전분기(1.2%)보다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 수출은 좀처럼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금액뿐만 아니라 물량마저 감소하고 있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민간소비 역시 추세를 보여주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 보면 3분기에 2.0% 늘어나는 데 그쳐 이를 근거로 제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23일 “4분기에는 메르스 등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데다 수출 부진이 내년 초까지 갈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소비의 경우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단기적 부양효과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호재는 소멸되고 악재는 지속성을 이어가는 경기추세는 우리 경제 시계를 흐릿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추경과 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인한 효과는 상당부분 연말 안에 소진된다. 반면 미국 금리인상, 중국 및 신흥국 경제불안, 한계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 장단기적으로 투자·수출·소비에 악영향을 주는 불안요인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중국과 신흥국 경기불안 등으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수출 회복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기업과 가계소득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 경기개선 흐름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효율성 및 체질 개선에 서둘러야 하고 내수산업 육성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