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이 ‘넥센’ 대신 ‘J트러스트’라는 이름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J트러스트 그룹이 일본계 금융회사인데다 대부업체 이미지가 강해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23일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로 J트러스트 그룹과 협의 중”이라며 “그쪽에서 내거는 조건이 우리와 가장 완벽히 들어 맞는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이후 선수들과 프런트를 승계해 재창단한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어 팀 이름에 후원사를 넣는 네이밍 스폰서를 도입했다. 2008년 3월 출범 당시 담배회사인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원에 후원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해 8월 우리담배가 스폰서 중단을 선언해 약 1년 6개월 동안 메인 스폰서 없는 힘든 시즌을 보냈다. 이후 2010년 2월 넥센타이어와 계약을 맺었다.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이 체결된다면 내년부터는 ‘J트러스트 히어로즈’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J트러스트 그룹이 토종기업도 아닌 일본계 금융업체라는 점과 대부업체 이미지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구단 관계자는 “J트러스트 그룹은 대부업체가 아니라 제2금융권 업체”라며 “비록 일본 기업이지만 일본 프로축구인 J리그도 후원한 경험도 있다. 또 트레이드 등에도 절대 관여하지 않고 메인스폰서로서 이름만 홍보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J트러스트 그룹이 2014년 전까지 한국에서 대부업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일고 있다. 최근 배우 고소영이 광고계약을 체결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계약을 해지한 업체가 바로 J트러스트 그룹이다. 히어로즈 구단 홈페이지에도 “J트러스트 그룹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한다면 절대로 응원하지 않겠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일단 KBO 규약상으로는 히어로즈 구단이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것과 관련해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KBO 이사회나 총재의 권한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KBO 관계자는 “구단 이름만 바뀌는 것은 KBO가 승인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리그 발전이나 품의 유지 등을 볼 때는 상당히 애매한 문제다. 리그 발전에 저해된다면 심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히어로즈 구단도 여론의 역풍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반발이 거세다면) 계약 체결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히어로즈, 日 금융사와 스폰서 추진 논란
입력 2015-10-23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