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병구] 연금과 일로 은퇴 준비해야

입력 2015-10-23 17:47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반퇴(半退)시대’가 회자되고 있다. 은퇴 후 생활안정을 위해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최대 화두는 ‘연금’과 ‘일’이다. 은퇴 후 생활자금의 근간이 되는 연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연금제도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로 볼 때 일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노년층의 경제적 욕구와 함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일할 능력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은퇴 및 노년기에 접어들어 노년층에 일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흔히 재무적인 측면과 비재무적 측면을 준비해야 된다고 하는데, 필자는 여기에 ‘일’이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선의 은퇴 준비는 은퇴하지 않고 최대한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 대개 55∼60세 사이에 현직에서 퇴직하는데, 사전상의 은퇴 정의처럼 ‘직임에서 물러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내기’에는 인생 100세 시대가 너무나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일이 중요하다. 인간의 본성이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도 문제지만, 일이 없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한 많은 사람이 불안과 우울,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데서도 적당한 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일과 연관하여 은퇴생활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노후에도 일할 수 있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일을 해야만 되는 경우이다.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유형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노후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유형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넉넉한 자산이 있거나 평생월급인 연금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다. 넉넉한 자산보유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자산 20억 정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18만2000여명이 해당된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연금인데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노후연금에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평균수령액이 월 32만5000원으로, 최저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친다. 퇴직연금은 베이비부머 직장인 평균 퇴직금이 3100만원 수준으로 제 역할을 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개인연금 역시 가입률이 20%도 채 되지 않아 그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렇듯 일반 직장인의 경우 노후 연금 준비가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한국은 유효 은퇴연령이 71세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아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년 후에도 완전한 은퇴가 아닌 반퇴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소득창출을 통해 부족한 연금을 보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한 노후자금을 연금만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보완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필요한 노후설계의 6가지 요소가 있다. 작을수록 좋은 것이 노후기간·생활비·물가상승률이며, 클수록 좋은 것이 준비기간·자산액·투자수익률이다. 이 중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쉽게 지나쳐 버리는 것이 ‘준비기간’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노후를 준비해야 하며, 은퇴 시기는 가능한 한 뒤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권병구 ㈔은퇴연금협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