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독일에서 살인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모의 인텔리 여성이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짐승을 쏘았다”고 항변했다. 당시 언론들은 “그녀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라며 대서특필했다. 그녀는 가냘프지만 어미였고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살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지식인이었다. 그녀의 딸은 어느 날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되었다. 범인은 체포되었고 재판을 받았다. 범인은 정신병력이 있었으므로 5년형을 선고받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딸을 잃은 고통 속에서 마치 지옥에 있는 것처럼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범인은 5년 만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회로 복귀했다.
더구나 범인은 5년형이라는 죄값을 치렀기 때문에 자신은 세상에 아무런 채무도 없고 유가족에게도 빚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녀는 범인으로부터 진심어린 사죄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인텔리 여성인 그녀가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범인을 용서하려고 노력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온다.
이런 어미의 고통도 모른 채 범인은 또다시 재판정에 서게 됐다. 범인은 정신병 약을 복용하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활하지만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소아성애자이며 살인충동을 느끼는 범죄자로 변하는 것이다. 5년형을 마치고 석방된 이후 약 복용을 중단한 그는 또다시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는 또다시 강간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던 인텔리 여성은 재판을 방청하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인을 재판정에서 권총으로 사살했다. 그녀는 이번 재판에서도 범인이 5년형을 선고받고 5년 후에 석방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다. 약 복용을 중단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다. 죽은 딸이 생각나서 스스로 즉결처단을 하면서 “나는 사람을 쏜 것이 아니다. 나는 짐승을 쏘았다”고 한 것이다.
창세기 34장에는 야곱의 딸인 디나를 히위족속 하몰의 아들 세겜이 강간하여 욕되게 한다. 이것을 알게 된 그녀의 오라버니인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과 그의 성 사람들을 거짓말로 속여 그들이 할례를 받게 한다. 시므온과 레위는 아직 그들이 할례로 아파 할 때에 각기 칼을 들고 기습해 그 성의 모든 남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양과 소와 나귀와 성읍에 있는 것과 들에 있는 것과 그들의 자녀와 그들의 아내를 사로잡고 집속의 모든 물건을 노략하여 복수한다. 야곱은 자식들에게 “너희가 내게 화를 끼치게 하는 구나”라고 자식들의 복수를 심히 걱정했다.
영화에서 자식이 성폭행당하거나, 아내가 성폭행을 당하였을 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개인이 직접 복수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법치주의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이 심판자가 되고 보안관이 되어 직접 법을 집행하면 범법자가 될 뿐이다. 설사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법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천년 전에 소크라테스도 “악법도 법이다”라고 설파하면서 법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독배를 들었다. 어느 법과대학 강의 시간에 법대생이 법대 교수에게 “악법도 법인가요 ?”라고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그때 교수가 “악한 자식은 자식이 아닌가요?”라고 질문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악법도 법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독일의 인텔리 여성은 독일 사법제도를 믿을 수 없기에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짐승을 쏘았다. “그녀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이재만(충신교회 안수집사)
[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야곱 자식들의 복수
입력 2015-10-23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