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지 70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있다. 지난 71년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논의된 이래 20번째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적 장벽으로 생이별을 한 가족들의 애환이 참으로 안쓰럽다. 전래동화 ‘오성과 한음’에서 담장을 넘은 감나무처럼 저 장벽을 넘나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 경계 없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문제 역시 국경을 초월한다. 남북 간의 환경문제를 한반도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북한환경동향’ 자료집에 따르면 기후변화, 자연재해 및 예방, 전력난 해소를 위한 발전소 준공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현황 등이 북한 매체의 주된 보도 내용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한파 및 홍수 등에 의한 자연재해 피해 보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환경변화에 직면한 한반도의 상황을 가늠케 한다.
수로개선 등을 포함한 물환경 이슈로는 먹는물 및 상하수도 건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전력난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등이 북한사회의 주된 관심사항으로 부상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산림 분야에서는 황폐화 문제 및 산림보호 노력, 황사 피해 등이 보도되어 자연보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이러한 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연재해 예방 및 복구는 남북 간의 화해 협력 수단을 넘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에 달려가 볼 수 있는 곳의 자식들 세끼 밥과 생활도 걱정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연락도 볼 수도 없는 혈육의 안위를 걱정함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산가족만의 비애라 하기엔 너무나 큰 민족적 비극을 줄여가는 지혜를 경계가 없는 자연으로부터 구해야 할 시점이다. 하나 된 한반도의 미래 모습은 지금의 자연환경을 개선하고 이산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협력을 단초로 시작되어야 한다. 자연과 환경문제의 해결과 대응에는 남북 간 경계가 무의미하고 아가페적인 혈육애가 고려되어야 한다. 가족 역시 경계가 없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이산가족, 그리고 경계
입력 2015-10-23 17:48